잇단 비리연루 의혹의 유력 후보들
공정성 의심케 하는 선거 관리에도
유권자 한표만이 정치에 경종 울려

▲ 김주홍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하루 남은 제20대 대통령선거는 무척 이상한 선거이다. 사전투표율이 36.9%에 이르러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리고 총리·법무부장관·행안부장관 등 선거에 영향이 큰 자리에 여권 정치인이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고,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퇴직 이후 중앙선관위원이 보임되지 않은 채 9명 정원에 7명만 있는 상황에서 대선이 진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야의 유력 후보자들이 국회의원 경험이 전혀 없으며, 따라서 중앙정치경력 자체가 일천한 인사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후보자 자체의 리스크도 있지만 부인이나 여타 가족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남아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에게는 성남시 대장동·백현동을 비롯하여 두산그룹 관련 부동산 스캔들이 강하게 부담을 주고 있는 가운데 선거법위반사건 사법거래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 본인 및 부인 관련 법인카드 불법사용 및 불법의전 의혹과 대리의약처방 의혹, 장남의 도박 의혹, 과잉경호비용 사용 의혹, 그리고 경기도주택공사 관련 불법선거사무실 운영 의혹 등등이 여전히 내연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소위 판사사찰의혹, 고발사주 의혹,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장모의 요양병원 불법운영 연루 의혹, 부친 주택 매매 관련 의혹 등등이 현안으로 걸려 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의 경우 고발사주 의혹은 거의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이며, 장모사건은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다른 사건들의 경우는 더 지켜보아야 하는데, 선거일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선거에 영향을 줄만한 결과가 나오기는 어렵다.

기자회견 시 현 정권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시스템에 의한 수사의지를 밝힌 윤석열 후보의 언급을 둘러싸고 벌어진 소위 ‘적폐청산’ 논란에서 여권의 ‘정치보복’ 프레임 공격과 청와대의 ‘최고의 분노’라는 표현, 그리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정치보복은 꽁꽁 숨겨 놓았다가 몰래 하는 것’이라는 공격은 차라리 봉숭아학당의 코미디를 연상시킨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의 대안으로 선제타격(Kill-Chain)과 사드(THAAD)미사일 보강·배치를 낸 윤석열 후보의 주장에 대하여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전쟁광’ 비난이나 ‘평화 고수’ 강변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망언성 발언으로 그냥 덮인 것 같다.

사전투표 기간에 코로나 확진 유권자가 기표한 투표지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고, 이미 기표된 투표지가 사전투표봉투에 들어 있기도 하는 등 선거관리가 엉망이었다. 중앙선관위가 할 말이 없어야 했다. 그런데 중앙선관위 위원장은 당일 출근하지 않았으며, 사무총장은 선거법 준수를 위하여 이의를 제기했던 확진자들에게 ‘난동’부렸다는 표현까지 쓰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대통령선거쯤 되면 정책과 공약, 검증과 비판 등이 논쟁을 통하여 재정의되고 후보자들이 수준 높게 국민들을 설득하여 대권의 향배를 정하고, 패자가 승자에게 축하전화를 하고 승자가 대국민 통합을 지향하는 수락연설을 하면서 보기 좋게 끝나야 하는 것 아닌가. 선거의 공정성에 의심을 부를 수 있는 인사상의 문제점과 중앙선관위의 엉터리 선거관리 속에 네거티브와 마타도어, 패거리 정치와 진영싸움으로 점철된 대선판으로는 국가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그럴수록 거의 모든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나가서 차선이나마, 아니면 차악이라도, 직접 선택함으로써 정치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정치인들이 불법행위를 하면, 국민을 배신하면, 정책적 실패를 하면,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주권자인 국민들의 권리가 최고로 존중될 수 있다. 3월9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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