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동 당일 급작스레 취소
“실무협의 차질” 이라지만
인사·사면문제 등 이견
감정싸움 번질 조짐까지

정권교체기 신·구 권력이 16일 정면 충돌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사전 예고된 이날 첫 오찬 회동을 4시간 앞두고 급작스럽게 취소했다. 이에따라 신·구 권력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측 모두 대선 이후 정치권의 최대 과제로 국민통합을 앞세웠다. 하지만 불과 선거 일주일 만에 갈등을 빚는 듯한 모양새를 노출하면서 당분간 긴장관계를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회동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면서 “실무 차원에서의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 역시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오늘 회동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일정을 미루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그간 회동 개최와 관련한 실무협의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이 해 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애초 덕담을 나누고 원활한 정부 인수인계를 다짐하는 자리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너무 공식 의제가 있는 회담처럼 돼 버렸다”고 했다.

결국 이번 만남의 핵심 의제로 꼽힌 문제들에 대해 양측이 물밑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와 당선인 측은 회동이 무산된 이유에 대해 공식적인 설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정권 말 공공기관장 인사 문제, 이명박 전 대통령 및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특별사면 문제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회동 불발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핵심 이슈에 대해 거리를 좁히지 못하면서 어쩔 수 없이 회동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사안들에 대해 양측의 입장이 워낙 달라 단기간에 해법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우선 기관장 인사와 관련, 국민의힘 측에서는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이뤄질 인사는 윤 당선인 측과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사람이 윤 당선인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청와대에선 임기 내에서의 인사권은 문 대통령이 당연히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별사면 문제 역시 점점 꼬여가는 듯한 모습이다. 애초 정치권에선 윤 당선인이 회동에서 문 대통령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하면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여기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동반 사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양측 간의 의견 차이가 감정싸움으로 번질 조짐까지 감지된다. 일례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전날 라디오에서 김 전 지사의 사면 문제를 두고 “문 대통령이 살려줘야죠” 라며 사면을 해 줄 것이라는 예측을 한 것을 두고도 청와대 내부에서는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두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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