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호 울산대 객원교수·철학박사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좋은 스승이 참 많았다. 모두 다른 지면에서 꼭 소개하고 싶은 분들이다. 그중에서 나의 전공 분야에서 독일 본(Bonn)대학교 디터 슈투르마 교수님을, 부전공 분야에서는 사진가 김홍희 선생님을 꼽고 싶다. 두 분 사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제자로 키우고 싶은 대상을 굉장히 강하게 시험해본다. 철학 박사논문에 대한 첫 발표 시간에 슈투르마 교수님의 혹독한 비판으로 결국 논문 계획을 처음부터 새로 짜야 했고, 1년 동안 혹독한 인내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김홍희 선생님은 처음 보신 내 사진을 가차 없이 비판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스스로 모범을 보인다는 점이다. 슈투르마 교수님은 유럽 최대 규모의 생명윤리 연구소 소장으로 많은 국제 학술회와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학술 활동에 힘썼다. 그리고 본인을 향한 비판을 늘 열린 자세로 방어했다. 김홍희 선생님 역시도 선도적인 사진가로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마지막 공통점은 제자를 향한 사랑이다. 슈투르마 교수님께서는 내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홍희 선생님께서는 지금도 먼저 말을 건네고, 사진에 대한 자극을 주고자 한다.

이 두 스승 덕분에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또 올해 5월에 울산에서 첫 사진전을 열 수 있게 됐다. 쓰라린 체험을 하도록 만들고, 혼자 견디도록 하지만, 깊은 애정으로 방관하지 않으며, 스스로 선구적인 길을 걷는 사람이 내가 만난 두 스승의 공통점이다.

그 쓰라린 인고의 시간을 겪으면서 한 사람은 성숙해진다. 물론 누군가의 비난이 그림자처럼 따를 수 있다. 그 만남이 상처로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분야든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라면 이런 유형의 스승은 여전히 보배가 아닐 수 없다.

일상의 회복이 시작되면서, 대면 수업으로 바뀌고 있다. 좋은 스승과 제자가 다시 각 분야의 현장에서 만나 더 창의적이고, 신선하며, 유익한 결과물을 많이 내놓기를 바란다.

김남호 울산대 객원교수·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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