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매서운 심판을 보여준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이젠 협치 보여줄 때
생존위협 내몰린 시민 보듬는 정치를

▲ 이형중 정치·경제부 부장대우

‘0.7%는 5대12가 됐다. 우선은 구 집권세력, 민주당의 참패다. 시민촛불로 들어선 정권이 불과 5년만에 정권을 잃고도 제대로 된 반성과 복기 없이 지방선거를 대한 결과이다. 현 집권세력인 국민의힘은 정권 초 국정안정이라는 지지여론과 함께 구 여권에 대한 냉소와 실망으로 투표거부·투표 포기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당 차원에서는 재창당 수준의 변화에 직면해 있다.”

“우리가 다 잘해서 이긴 것 만은 아니다. 4년후 어떻게 될지 모르니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

6·1 지방선거가 끝나자 마자 지역에서 나온 선거 총평 중 한 문구와 선거 결과를 설명해 주는 정당 관계자들의 멘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울산의 유권자들은 4년만에 변화를 선택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과 기초단체장, 광역의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4년만에 광역 및 기초단체장은 물론 지역구 광역의원을 한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떠 안았다. 위에서 언급한 ‘정권을 잃고도 제대로 된 반성과 복기없이 지방선거를 대한 결과’라는게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중앙에 이어 지방정권을 쟁탈한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기대와 함께 우려도 교차되는 분위기다.

유권자들이 지방 권력교체를 번갈아 가며 할 수 있다는 장면(?)을 이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보여 준 만큼 국민의힘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4년만에 지방권력을 빼앗긴 더불어민주당의 전철을 되풀이 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국힘 내부에서도 인지되는 모양새다.

권력이 나태하고 오만해지고 독선에 빠지면 유권자들은 언제든 심판의 회초리를 든다.

이번 선거 압승을 오히려 낮은 자세로 야당과 협력하며 상호 존중의 선진정치 실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5873’ ‘449,323’. 앞의 수치는 이번 지선 울산시장 선거에서 나온 무효 투표수고, 뒤의 수치는 기권수다. 무효표는 여러 명에게 투표한 경우, 기표를 잘못한 경우, 공란으로 남겨둔 경우 등에 해당한다. 유권자들이 던진 무효표, 그 따끔한 메시지만이라도 승자와 패자 모두 곱씹어 봐야 하는 대목이다.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이 오는 13일부터 인수위원회를 본격 가동한다. 공약세부 검토, 민선 7기 주요사업 계속추진 여부 검토, 민선 8기 시정비전 설정 등을 다룬다.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한다.

편가르지 말고, 능력과 인물위주로 시정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 또한 인수위에 필요한 대목이다.

4년후 지역 보수진영의 생사여부가 이 첫발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제 협치와 갈등 치유의 시간이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도지사직인수위원회에 국민의힘 측에서 인수위원으로 참여한다는 뉴스가 들린다. 또 정당은 다르지만 선거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제시한 타당한 공약도 인수위에서 ‘협치 공약’으로 추진한단다.

지역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울산도 “전 지방정권이나 다른 정당은 무조건 안된다”는 식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울산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수 있는 그런 공약이라면 정당논리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협치 공약’으로 삼고, 전 집행부의 좋은 정책도 계승할 수 있는 그런 결단력과 포용력이 필요해 보인다.

선거과정에서 후보 개별적으로나 정당별로 마찰이 있었다면 이제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해야 한다. 산업수도 울산은 생존위협에 내몰리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는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고, 인구는 갈수록 줄면서 도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정치와 행정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지방권력을 손에 쥔 국민의힘이나 선거에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지역의 소수정당 모두 화합된 모습으로 시민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는 그런 정치를 실현해 나가야 할 때다.

이형중 정치·경제부 부장대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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