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호 울산대 객원교수·철학박사

2019년 캘리포니아주 채프먼대학 뇌연구소에서 열린 국제컨퍼런스에서 40개 대학에서 온 90명의 철학자와 신경과학자가 ‘자유의지’를 규명하기 위해 학제간 연구를 하기로 합의했다. 신경과학자 마오즈와 철학자 암스트롱이 공동으로 연구 책임을 맡았다. 그리고 2022년 그 연구성과물이 <자유의지: 철학자와 신경과학자의 대화>(philosophers and neuroscientists in converation)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내용상 큰 진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철학자와 신경과학자가 공동의 문제를 놓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서문에서 과학자는 실험과 그 결과와 같은 경험적 증거 제시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철학자는 개념의 정교한 분석, 실험 결과 해석 등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과학과 철학이 서로 그 역할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만 가능한 협업이다. 실제로 과학과 철학은 그 역할이 다르며, 우리 사회는 이 두 역할을 모두 필요로 한다.

‘자유의지’ 문제는 수학계에서 ‘리만 가설’에 해당하는 난제 중의 난제이다. 대부분의 전문 철학자는 이 문제가 철학 역사상, 아니 지식이 등장한 이래로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법, 종교, 교육, 가치관과 인생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과 개념, 마음과 몸의 관계와 같은 다른 철학 난제와 얽혀 있기 때문에 난해할 수 밖에 없다. 과연 우리가 일상에서 누구나 누린다고 믿고 살아 가는 자유롭게 선택하는 능력이 정말로 자연 내에 존재할까?

먼저 철학자와 신경과학자가 서로 토론하는 위의 사례가 의미하는 바에 주목하고 싶다. 많은 이들이 자유의지가 과학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옳지 않다. 물리학이나 신경과학의 발전만으로 자유의지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경험 과학의 진보 없이 철학적 사유만으로도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과학과 철학은 의사불통의 상황에 처해있다. 여러가지 이유 때문이다.

철학과는 대학 내에서 점점 축소되고 전문 철학자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 과학자가 일차적으로 묻지 않는, 그러나 반드시 물어야 하는 수많은 물음 역시 제 자리를 잃는다. 그 피해는 결국 그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돌아온다. 정신적 방황과 혼란, 돈과 권력과 같은 비합리적 요소의 극대화 등이 그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김남호 울산대 객원교수·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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