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하루는 참으로 바쁘다. 왕이 처리하는 일은 만 가지나 되기 때문에 왕의 직무를 만기(萬機)라 부른다. 왕의 하루 일과를 아침. 낮. 저녁. 밤의 네 단계로 구분해 왕의 4시라고도 했다. 오전5시에 기상 직후 죽 한 사발 정도의 간단한 식사를 한다. 이어서 오전6시에는 6품관 이상의 관리들과 조참(朝參 정식 조회), 정식조회가 없는 날은 상참 (常參 약식조회), 당상관으로부터 여러 보고를 듣고 아침 경연(왕과 중신이 경서를 강독하고 연구하는 자리) 인 조강(朝講)에 참석한 다음 아침 식사, 식사 전후로 왕실 어른들을 찾아 문안 인사를 한다.
 정오에서부터 낮 시간은 현안이 있을 경우 해당 관리를 불러 논의하거나 상소 검토 등의 일상 집무를 하고 낮 경연에 참석. 한가한 날은 이 시간을 이용하여 사냥, 활쏘기, 격구 등의 체력 단련을 한다. 오후7시 이후에는 저녁 경연시간에 참석, 휴식과 독서. 오후11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든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국왕의 삶은 고달프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시간은 거의 없다. 국가의 위신이 한 몸에 있으므로 행동에 제약도 많다. 주로 듣는 말이 "아니되옵니다"이다. 세종같은 분은 이에 기꺼이 임했다고 한다. 통상 주강과 석강은 생략된다.
 조선시대에 국왕의 행차는 1년에 1, 2회가 보통, 대부분 생업장려와 민정시찰, 능 참배를 위해 행해졌다. 정조는 24년간 66회, 1년 평균 3회를 기록했다. 정조의 행행(行幸)의 목적은 화성, 지금의 수원의 아버지 묘소 참배등 효심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조는 행행중에 3천355건의 상언이나 격쟁(원통한 일이 있는 사람이 임금에게 하소연하기 위해 거둥하는 길가에서 징이나 괭과리를 쳐 하문을 기다리는 일)을 처리했다.
 한번 행차중에 평균 51건의 민원을 처리한 셈이다. 정조가 화성 현륭원을 참배한 것은 모두 13회이고 상언이 1천100건에 달한다. 정조는 행차를 민정을 직접 시찰하는 계기로 삼았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나타난다. 울산광역시 행정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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