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마셔보고싶어하는 자연음료
야자수는 원주민들에겐 주요 수입원
말레이는 세계 2위의 팜유 생산국가

▲ 서태일 NCN전문위원 (전)말레이시아알루미늄(주) 공장장

우리가 야자수(야자나무)라고 부르는 팜나무(Palm tree)는 전 세계에 약 2500종이 있다고 한다. 주로 열대와 아열대에서 분포하고, 몇몇 종은 온대 지방에서도 자란다. 우리는 열매 속에 고인 액체를 먹는 코코넛 야자를 주로 야자(Palm)로 알고 있는데, 이것도 팜나무의 한 종류일 뿐이다.

음료와 약용으로 이용되는 이 팜나무가 관광객들이 마셔보고 싶어하는 자연 음료이고, 원주민들에게는 주요 수입원이다. 약간 단맛이 나는 코코넛을 시원하게 해서 마시면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베트남 전쟁 때 미군들이 부상병 치료용 수액 주사액이 없을 때 코코넛 액을 주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쿠알라룸푸르를 벗어나 남북으로 이어진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도로변을 따라 끝없이 팜나무 농장이 펼쳐진다. 바둑판처럼 심어진 짙은 녹색의 팜나무 군락은 단조로울 것 같지만 싱싱한 팜나무들을 바라보면서 즐기는 드라이브는 가히 인상적이다. 아마 인도네시아를 제외하고는 그런 풍경의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곳은 말레이시아 뿐일 것이다.

이 곳 농장의 팜나무들은 모두 팜유를 생산하는 오일팜(기름야자) 나무들이다. 오일팜의 원산지는 아프리카 서부 열대지방이라고 하지만 현재의 주산지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다. 팜유나무는 연중 25℃ 이상의 평균 기온과 2500㎜ 이상의 강수량, 그리고 습도 85에서 100%의 재배 조건이 필요한데 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전 세계 생산량의 85%를 차지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있다. 물론,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한몫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팜유는 나무를 식재한 후 3년이 지나면 첫 수확을 하게 되는데, 25~30년간 매년 팜유 열매가 열리는 황금작물이다. 특히 팜유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다른 식물성 기름보다 높은데, 널리 사용되는 대두유가 ㏊당 0.39t인데 비해 팜유는 ㏊당 4t으로 10배 이상의 수확량을 보인다. 팜유의 주요 소비국은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후진국이 중심이다. 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지역으로, 충분한 지방을 제공할 수 있는 식물성 기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식물성 기름의 품귀 현상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식용 외에도 바이오 연료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팜유 열매를 짜고 난 뒤 나오는 부산물은 바이오매스, 바이오 가스 그리고 가구용 목재로도 활용한다. 특히 POME(Palm Oil Mill Effluent)을 이용하여 생산되는 바이오 메탄은 탄소중립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한국 기업들도 많은 관심을 두는 바이오 작물이다.

말레이시아는 세계 제2위의 팜유 생산국가이다. 전 세계 생산량의 29%, 1900만t을 생산하고 있다. 19세기 초반부터 팜유 나무 식재를 시작했다. 본격적인 팜유나무 재배를 시작한 1970년대 이후부터는 도시와 농촌 간의 빈부 격차를 완화시키는 중요한 작물로 주목되기도 했다. 2020년 현재 말레이시아 GDP의 3%를 차지하고 약 400만명의 고용효과가 있는 주요 산업 중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팜유나무 재배면적은 약 590만 ㏊에 이른다. 이는 말레이시아의 전체 국토 면적 중 18%이고, 약 8억그루가 재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국토의 56%에 해당하는 면적을 원시림으로 보존 중이고, 통계상 국민 1인당 26그루의 나무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면적은 약 10만㎢인데 이를 ㏊로 바꾸면 약 1000만㏊이다. 말레이시아의 팜유 재배 면적이 얼마나 넓은 지 알 수 있다. 이웃 나라인 인도네시아 팜유 재배 면적은 약 1400만㏊에 이르고 있다.

서태일 NCN전문위원 (전)말레이시아알루미늄(주) 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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