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식물성기름의 40% 점하는 팜유
대량생산으로 환경파괴 부작용도 심각
RSPO 가이드라인 따라 제대로 활용을

▲ 서태일 NCN전문위원 (전)말레이시아알루미늄(주) 공장장

상상해 보라. 초록빛 숲이 펼쳐진 평원이 지평선처럼 이어진 광경을 본다면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 그것은 변화 많은 넓은 바다의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광활한 육지의 풍경을 볼 기회가 우리나라에서는 김제평야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으므로 특히 그러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의 팜 농장들은 개발되지 않은 주위의 원시림과 어우러져 이런 확 터진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 더러 있다.

짙푸른 초록빛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싱그럽고 희망차게 한다. 아마도 초록빛이 식물들의 생명을 상징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열대지방에는 원시림이 많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울창한 숲이다. 식물들도 수명이 있는지라 지구가 생성된 이래 피고 지고를 수많이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죽은 식물들이 퇴적되어 지각의 변동과 함께 땅속에 묻혀 열과 압력을 받아 오랜 세월에 걸쳐 탄화하여 우리가 사용하는 석탄이 됐다. 인도네시아처럼 평원의 지표에 퇴적된 것들은 현재 갈탄으로 변해 있는 수준이라 한다. 그래서 농지 개발을 위하여 가끔 불법으로 원시림에 불을 지르면 화재가 갈탄층인 땅속으로 스며들어 소화가 무척 힘들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헤이즈(Haze 일종의 연무)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가끔 이웃 나라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호흡에 문제를 일으킬 뿐 아니라 심할 때는 국가에서 헤이즈 경보를 발령하고,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며, 학생들 등교도 중지시키고, 야외 활동 자제도 홍보한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와 유사한 영향이다.

대체로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되는 3~4월께 산야를 태워 팜 농장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인도네시아에서 많이 자행되고 있다. 물론, 환경론자에게도 많은 공격을 받고 있다. 팜유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팜유가 주로 생산되는 열대우림 지역의 자연 훼손,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인권 침해 등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팜유 업계에서도 자발적인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예를 들면 1985년부터 전개되고 있는 ‘Zero Burning’이나, 들쥐를 잡기 위해 화학 약품 대신 천적인 부엉이를 키운다거나, 최저임금제를 도입하여 노동자에게 합당한 대우를 하는 등이다.

지난 2004년 발족한 지속가능팜유협의회(Roundtables of Sustainable Palm Oil, RSPO)도 있다. RSPO는 비영리 국제기관으로 지속가능한 팜유의 인증 및 제언(advocacy)을 통해 지속가능한 팜유산업을 증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RSPO는 팜유와 관련하여 최대 규모의 독립적인 제3자 인증 제도를 뜻하기도 한다. 2021년 기준 RSPO에는 전 세계 팜유 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5120여개 회원사가 가입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 팜유 생산량의 19%만이 RSPO 인증을 받았고, 이 중에서 인증받은 팜유의 판매 비중은 50~65%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팜유는 전 세계 식물성 기름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널리 사용된다. 초콜릿, 화장품, 세제, 자동차 연료 등 일상에서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전체 식물성 기름 생산지의 10%에서 전체 식물성 기름의 약 40%, 즉 2020년 기준 연간 약 7200만 톤을 생산하는 고효율의 자원으로 주목받으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다른 식물성 기름으로 팜유 만큼의 생산량을 얻기 위해서는 팜유 재배의 경우 보다 더 많은 자연과 환경을 파괴해야 한다고도 한다. 인류에게는 식물성 기름이 꼭 필요하다. 팜유업계가 지속가능팜유협의회가 정한 가이드라인을 따르다면 인간과 자연 모두에게 이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바람직한 걸음이 될 것이다.

서태일 NCN전문위원 (전)말레이시아알루미늄(주) 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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