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숙 수필가

“사자가 이렇게 귀엽다고? 이건 백수의 왕이 아니지.” “아기 사자인가 봐. 뒤태가 정말 예쁜데요.”

괘석리 사사자 삼층석탑을 보러 갈 때면 답사팀 회원들은 사자에 대해 할 말이 많다. 통일신라 조각기술이 절정에 달했을 때 만든, 조형미가 뛰어난 구례 화엄사 사사자 석탑의 사자와 비교도 한다. 그럴 때 마다 홍천읍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네 마리의 사자는 먼 곳을 응시한 채 태연자약하다.

홍천미술관 뜰에 놓인 사사자 삼층석탑은 두촌면 괘석리에 있던 것을 현재의 위치로 옮겨왔다. 고려 초기에 건립된 이 탑은 위층 기단부의 네 귀퉁이에 돌사자 한 마리씩을 배치하여 삼층의 탑신을 받치고 있다. 앞다리는 뻗고 뒷다리는 구부리고 앉아 정면을 바라본다. 비를 흠뻑 맞은 네 마리의 사자는 가슴 앞의 둥근 장식이 두드러져 보이고 평소에 잘 보이지 않던 하트모양 꼬리가 앙증맞다. 갑석의 위아래 중앙에 연화좌가 새겨져 있다. 원래는 불보살이 안치되었을 것으로 보이나 지금은 비어 있다. 뒤쪽에 있는 아담한 희망리 삼층석탑과 함께 홍천을 대표하는 문화재다. 두 탑은 모두 보물이다.

미술관 앞의 희망로로터리를 돌아 차들이 쉴 새 없이 달린다. 사람들은 차창으로 무심히 탑을 바라본다. 공원을 지나던 할머니 한 분이 우산을 내려놓고 손을 높이 들어올려 탑을 향해 합장을 한다. 부처님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산중의 절간이 아니라 속세간에도 있기 마련이다.

홍천미술관 주변에는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 소문난 트렌디한 카페도 여럿 있다. 탑 기행을 핑계 삼아 커피 맛을 보러 오는 사람도 있지만, 카페를 찾았다가 미술관 마당에 선 보물들을 발견하는 기쁨도 누린다. 참, 잊을 뻔 했다. 탑이 있는 곳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칼국수 가게다. 비님 오시는 날 먹은 만두 칼국수는 내가 먹어 본 칼국수 중에서 으뜸이었다. 모처럼 부처님 말씀과 맛 사이를 한유한 오후였다.

배혜숙 수필가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