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민족 국가로 식도락 천국으로 유명
역사유적 등 수많은 볼거리도 인상적
인간관계의 소중함도 일깨워준 시간

▲ 서태일 NCN전문위원 전 말레이시아알루미늄(주) 공장장

10여년전 말레이시아 방문 첫날 아침, 호텔 창밖으로 내려다본 풍경은 아름다웠다. 이곳에 한번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첫 인상은 아직 마음속에 좋게 새겨져 있다. 상하(常夏)의 나라, 항상 녹음(綠陰)이 우거진 말레이시아,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여름철의 풍성한 아름다움을 연중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항상 푸르지만 그곳의 나무들도 개화기는 제각각이다. 대체로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되면 열대 나무에서 피는 아름다운 꽃들을 즐길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다민족으로 구성돼 각 민족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사는 나라다. 하지만 원주민인 말레이계를 우대하는 정부의 정책 때문에 소수인 중국계나 인도계는 이방인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다민족 국가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여러 나라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 천국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곳에 살다 떠난 사람들에게 무엇이 제일 떠오르느냐고 물어보면 음식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제일 많다고 한다.

대표적인 말레이 음식은 코코넛 밀크와 판단 잎을 넣고 지은 쌀밥에 반찬을 곁들인 요리 나시르막(nasi lemak), 여기에 닭을 추가한 나시르막 아얌이 있다. 인도네시아의 볶음밥 요리인 나시고랭도 유명하다. 바꿋떼(肉骨茶)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크랑지방에서 시작된 중국 음식이다. 인도 음식으로는 바나나 잎 위에 밥과 반찬을 놓고 비벼서 먹는 바나나리프(Banana leaf)가 인기다.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므로 육류는 닭고기 요리가 발달했다. 우리나라의 BBQ치킨과 교촌치킨이 인기리에 성업 중이다. 술을 마시는 중국계 젊은이들은 ‘치맥’을 좋아하며, 삼겹살을 구워 상추에 싸서 먹으면서 소주를 마시기도 한다. 한국 음식도 인기가 있어서 한국 식당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열강들의 침략을 많이 받은 나라여서 그 시절 지배한 나라의 유적들이 그들이 거주한 곳에 많이 남아 있다. 말레이시아 전통 문화는 박물관이나 민속촌에서 보는 것들과 종교시설인 모스크(이슬람교회)가 대부분이다. 우상을 숭배하지 않는 이슬람교의 교회는 매우 크고 아름다운 돔(Dome)을 가진 곳들이 많다. 모스크에 들어가 보면 의외로 내부 구조는 단순하지만 멋진 모자이크로 장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는 쿠알라룸푸르와 말라카이다.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말라카는 역사가 있는 도시라서 볼거리가 많다. 수도인 쿠알라룸푸르는 주로 영국 통치 시대의 역사적인 유물과 근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도시다. 교통이 복잡하나 대형 쇼핑몰들이 많아 편리하다.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국립모스크, 국립박물관, 이슬람박물관, 자유수호용사추모공원, 센트럴마켓, 명품 짝퉁을 파는 페탈링스트리트, 말라카광장, 구역사(驛舍), 중국 사찰인 천후궁, 쌍둥이빌딩, KL타워, 명동과 유사한 부킷빈탕거리, 버드파크(Bird Park), 힌두교 성지인 바투케이브, 설악산 높이에 건설된 휴양지 겸 카지노 겐팅하이랜드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왕궁들이 있으나 출입은 할 수 없다. 또 다른 관광거리로는 원숭이 언덕에서 긴꼬리원숭이들에게 음식을 주며 사진찍기와 야간 반딧불이 투어가 있다.

골프장이 많고 이용료가 싸다는 것도 장점이다. 겨울철에 제법 많은 한국인이 장기간 골프텔에 투숙하며 추위도 피하고, 골프도 즐긴다. 대체로 하루 2라운드 이상 골프에 숙식을 제공하는데 10만 원 내외로 저렴하다.

우리는 역사의 흐름 속에 있는 한 분자, 산소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흐름 속에 살며 역사를 만들고 역사를 이어지게 하는 생명의 원소로 말이다. 10년간의 말레이시아 생활은 보람이 있었고, 다채로운 추억도 많이 만들었다. 우리의 눈으로 살펴보면 아직 공업이 발전하지 않은 말레이시아는 기회가 많은 나라다. 그럼에도 한편으론 모든 일은 사람을 통해 이루어지니 인간관계의 중요함을 다시 깨닫는다. 그동안 함께 한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

서태일 NCN전문위원 전 말레이시아알루미늄(주) 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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