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콘셉트가 뭔가요? 요즘 모든 분야에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정원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제주 답사를 다녀왔다. 겨울 제주는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가는 날이 맑았던 터라 야외 일정부터 소화하기로 하고 들른 곳은 제주 스누피가든이다. 피너츠 원작 만화의 주인공 스누피를 콘셉트로 스토리텔링에 성공한 정원이다.

지역마다 유명한 수목원이 있지만 스누피가든의 차별화된 전략이 있다. 전체 수목원을 피너츠 원작과 찰스 슐츠의 철학, 등장인물 등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실내 가든하우스와 야외 가든으로 동선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제주의 자연을 담아 스토리라인을 전개한 부분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세련되고 정감 있다.

▲ 스누피와 함께 나룻터에서.
▲ 스누피와 함께 나룻터에서.

만화 속 스토리를 따라 스탬프를 찍으러 찾아다녔다. 실제로 등장인물이 되어 정원 전체를 돌아다니다 보면 2시간이 언제 지났나 싶을 만큼 재밌게 관람을 마치게 된다. 가는 곳마다 반가운 캐릭터와 테마가 곁들여져 지루하지 않고 공간마다 기억에 남는다. 찰리 브라운의 야구 광장 옆 그라스 가든, 루시가 레모네이드를 파는 하귤 정원 등 야외에는 11개의 에피소드 정원이 있다. 비글 스카우트를 지날 때는 모닥불에 둘러앉아 보기도 하고 산과 들을 탐사하는 캠핑을 온 듯하다. 우드스탁의 빅네스트는 제주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 수종들을 바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숲을 둘러 공중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짧은 겨울 해가 지려 하고 있을 때 마침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이 스누피레이크. 인스타 핫플답게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호숫가 나루터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자니 ‘해가 지는 걸 보면 항상 좀 슬퍼진다’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나도 뒤돌아 앉은 스누피 곁에 어깨를 기대고 앉아 사진 한 컷을 남겨본다. 위로받는 느낌이다.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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