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문제의 해답은 이민과 통일
출산장려보다 외국인 유입이 더 쉬워
관광·활동인구 유치해 국토균형발전
외국어능력 갖춘 학생 예상보다 많아
3개 국어 사용하는 토론 수업도 가능
국제화시대에도 큰 어려움은 없을 듯

▲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이번 학기 수업 중 하나에 한국학생 11명, 중국학생 4명, 독일학생 1명이 들어왔다.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발표를 시켰다. 그런데 한국 학생 한 명이 슬라이드를 한국어와 영어가 동시에 나오게 만들어 왔다. 교수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감동이었다. 3개국 학생들이 들어오는 만큼 외국학생들에게 상당한 배려를 했다. 수업은 15분 정도 한국어로 하다가 같은 내용을 15분 정도 영어로 진행했다. 강의노트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번역된 것이 있어 그것을 사용했다. 발표조는 중국학생들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학생과 조를 짜주었고, 독일학생은 영어를 꽤 하는 한국학생과 조를 짜주었다. 발표를 영어로 시키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었지만,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로 된 강의노트를 학생들이 강의하는 것이었고, 갑작스럽게 결정된 발표였기에 기말고사 전 학업부담이 심해질까 싶어 시키지 않았다. 외국인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을 섞어 조를 짜준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날 발표를 하기로 한 한국학생은 세 명이었다. 외국학생들은 다음 주 발표였다. 첫 번째 학생이 발표하다 말했다. 슬라이드를 영어로 만들었어야 했나요. 그런데 두 번째 학생의 슬라이드에는 한글과 영어가 동시에 적혀있었던 것이다. 학생의 마음이 나보다 깊었다. 외국학생들과 같이 조별활동을 하게 했고, 같이 놀러도 가게 했고, 밥도 먹게 했고, 카페도 가게 했다. 한국 학생들에게는 쉬운 일들이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깊게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강의도 한글과 영어로 했다. 그런데 발표까지는 강의노트가 다 번역되어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한 나에게 학생이 외국학생을 더 배려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청출어람, 뿌듯했다.

내 예상을 뛰어넘는 일은 그 다음 주에도 일어났다. 독일 학생이 영어로 발표를 하자, 한국 학생 한 명이 영어로 질문을 했다.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질문을 한다면 영어를 꽤 하는 학생밖에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 학생은 독일 학생과 같이 조를 짜주었으니 질문을 할 수 없었다. 유창한 영어는 아니었지만, 언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잘 모르는 단어는 즉석에서 구글 번역기까지 사용하며 질문을 했다. 독일 학생이 대답을 했다. 그러자 다른 학생도 영어로 질문을 했다. 질문과 대답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이루어졌다. 그건 영어 듣기가 된다는 말이다. 영어에서 제일 중요한 건 듣기다.

영어로 질문을 한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어떻게 영어로 질문을 할 수가 있냐고. 처음 질문을 한 학생이 대답했다. 고등학교 때는 원어민 수업 때, 영어로 질문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런데 대학에 와서는 그럴 일이 없었다고 했다. 다른 학생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을 하며 외국인들을 체크인 시켜주면서 어느 정도 회화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했다. 영어를 꽤 하는 것을 미리 알고 있어서 독일 학생과 조를 짜준 학생은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했다고 했다. 그 학생이 영어를 하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조별활동을 촬영한 동영상에서였다.

수업은 처음부터 학생들의 국제교류를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원래는 한국학생과 중국학생들의 교류를 주목적으로 했다. 그렇기에 4명의 중국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시켰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독일 학생이 수강신청을 했다. 어쨌든 외국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을 섞어서 조를 짜주었다. 영어를 꽤 하는 학생은 중국학생 두 명과 같은 조에 편성되었다. 조별활동이 잘 진행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조별활동을 동영상으로 녹화해서 유튜브에 올리라고 했다. 조별활동이 동영상으로 녹화되면 대학생활의 가장 어려운 부분인 조별활동의 무임승차자 문제가 매우 효과적으로 해결된다. 학생들의 조별활동 동영상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중국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국 학생들과 중국 학생들의 대화는 한국어를 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녹화된 동영상을 보니, 한 학생이 영어로 중국 학생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한국 학생들끼리 이야기한 내용을 영어로 전달해 주고 중국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방식이었다. 왜 영어로 진행했냐고 물으니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했다고 학생은 대답했다. 그래서 그 학생이 영어를 꽤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발표는 독일 학생과 조를 짜서 하도록 했다.

사실 놀라운 일은 하나 더 있었다. 중국 학생들이 발표를 할 때, 쌍꺼풀 수술도 성형수술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이 나왔다. 논쟁적인 주제를 선택해서 발표를 하라고 했고, 중국학생들이 선택한 주제는 성형수술이었다. 그런데 쌍꺼풀이라는 단어를 중국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구글 번역기로 쌍커풀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더니, 중국어로 중국학생들에게 질문을 번역해 주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학생은 중국어도 회화는 가능하다고 했다. 학생들은 영어를 꽤 한다는 사실을, 영어로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중국어 회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나에게 알리지 않았다. 나는 학생들이 영어를 못 할 것이라고 그냥 생각해 버렸다. 아니었다. 내가 잘못 생각했다. 일본대학과의 국제교류를 꾸준히 해오며 일본어를 꽤 하는 학생들이 많음을 알고 있었는데도 그랬다. 영어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헝가리 대학에서 집중강의를 할 때의 일이다. 그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전담한 미국교수가 이야기해 주었다. 처음 집중강의를 시작했을 때는 통역이 있었다고 했다. 농담도 통역했는데 아무도 웃지 않으면 민망했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영어 교육이 잘 이루어져서 통역 없이 수업이 이루어졌다고 했다. 농담을 하면 몇 명은 바로 웃었다고 했다. 실제로 유럽에서 영어는 과거보다 잘 통한다. 한국의 영어교육도 과거보다 확실히 발전한 듯 했다.

국제화의 시대다. 인구문제에 대한 해답은 이민과 통일 밖에 없어 보인다. 서울집중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지만 해답은 없어 보인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서울집중이 해결되지 않으면, 지역균형발전을 제로섬 게임이 아닌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이민과 관광 밖에 없다. 이민이라는 말이 아직 부담스럽다면,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많이 활동하게 하면 된다. 자주 한국에 와서 생활하고 일하게 하면 된다. 활동인구라는 개념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주민등록상의 인구가 늘지 않으니,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까지 포함하겠다는 꼼수다. 그런데 외국인 활동인구는 꼼수가 아니다. 코로나 이전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일본은 관광을 통해 지역경제에도 어느 정도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남성들의 3D업종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왔고, 여성들의 3D업종인 농촌총각과 결혼하는 일도 외국인 여성들이 대신하게 되었다. 외국인 활동인구를 증가시키는 정책은 유효했고, 결국은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다.

종강파티는 한국어와 영어로 족발집에서 했다. 수업시간에 영어로 질문하지 않은 학생도, 종강파티에서는 영어로 잘 이야기 했다. 외국인 활동인구의 증가가 인구와 지역소멸의 유일한 대안이지만, 언어장벽 때문에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제안조차 하지 않은 내가 잘못했음을 학생들이 알려주었다. 젊은 세대의 어학능력을 보면, 언어능력은 갖춰졌거나, 앞으로 갖춰질 것이다. 아니면 갖추도록 하면 된다. 아이를 많이 낳게 하는 것보다는 쉬울 듯 하다.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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