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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성제 수필가
▲ 설성제 수필가

사실 삶 자체가 전쟁 아닌가. 먹기 위해, 좀 더 좋은 것을 누리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 같은 삶을 살아간다. 무엇을 쟁취하기 위해 건강을 해칠 만큼 투쟁하기도 하고, 친구나 동료와 알게 모르게 벌이는 경쟁이 때론 비참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직장문제, 인간관계, 지역 간, 나라 간, 이념 간, 종교 간 등 인간이 숨 쉬는 모든 곳에 시한폭탄처럼 도사리고 있다가 욕심의 도화선에 불을 당기는 순간 발발하고 마는 것이 전쟁이다.

tvN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팀이 엮은 이 책은 세계사 속 전쟁 열 편을 소개한다. 유럽의 중세시대에 있었던 백년전쟁을 비롯해 중국의 아편전쟁, 일본의 메이지유신, 중동과 아프리카 그리고 현재 우크라이나에까지 일어난 전쟁사의 숨은 이야기를 들춰내 준다. 각각 전쟁의 배경과 진행과정 그리고 결과를 보여줌으로 우리에게 삶의 각성과 각오까지 이끌어낸다.

우리는 역사 스토리를 그저 재미로만 보지 않는다. 특히 전쟁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볼 수 없다. 전쟁은 그 당시의 사건으로만 종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종전된 전쟁이라도 전쟁의 씨앗은 남겨져 있는 법. 인간의 잔인성이나 욕심의 씨앗은 기회만 되면 발아해서 비참하고도 무서운 악의 화신으로 폭발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의도처럼 이 책은 전쟁 역사의 진실을 알고 배우고 깨닫게 하는 목적이 있다. 결국 전쟁을 통해서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온 시대가 초스피드로 돌아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린 머뭇머뭇 재미로만 살 수 없음을 보여준다. 세계열강들과 약소국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는 어디쯤인지, 적어도 우리 각자의 위치쯤은 파악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왜냐하면 우린 모두 세계사 속에 살고 있음으로. 특별히 전쟁사에 노출되어 있음으로 말이다.

벌거벗은 전쟁사를 통해 비참함과 절망과 비극으로 치닫게 했던 그 감춰진 진실까지 알고 나니 부패한 인간의 실체를 더욱 절감하게 된다. 과연 앞으로 우리는 우리 안의 악을 잘라내며 살 수 있을까? 있겠지?

설설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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