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숙 수필가

목촌 마을 뒷산으로 비장해 둔 보물을 찾아 간다. 숲과 잘 어울리는 아담한 관덕동 삼층석탑(사진)이다. 석탑에 새겨진 조각들이 오늘따라 도드라져 보인다. 주위를 압도하는 장대한 탑을 만나는 것도 경이롭지만 가끔은 화강암의 화려한 조각 앞에서 마음을 열기도 한다.

아래층 기단에 빙 둘러 하늘을 나는 비천상이 있다. 너울거리는 천의를 보고 있으니 꽃구름을 탄 기분이다. 지난밤에는 분명 위층 기단의 사천왕상과 천부상, 그리고 일층 몸돌의 보살들까지 걸어 나와 산중 작법무를 춘 모양이다. 겨울 햇살을 받아 모두 상기된 모습이다. 뒤편 보호각에 앉아 계신 보살님도 벌떡 일어나 함께 어울렸는지 흘러내린 옷 주름이 살짝살짝 흔들린다. 상층기단 갑석 네 귀퉁이에 앉은 돌사자들은 감히 끼어들 수 없었나보다. 근래에 모형을 만들어 올린 탓에 이질감이 느껴진다. 원래 있던 두 쌍의 돌사자 중 한 쌍은 1940년에 분실되었고 나머지 한 쌍은 국립대구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 관덕동 삼층석탑
▲ 관덕동 삼층석탑

언덕을 내려와 대구박물관으로 향한다. 관덕동 석탑을 지키던 진짜 사자를 만나기 위해서다. 보물로 지정된 두 마리의 사자상은 매섭고 거친 세월 탓에 군데군데 많이 닳았다. 그래서 눈을 크게 뜨고 열심히 들여다본다. 암사자는 앞발을 곧게 세우고 뒷발은 구부린 자세로 앉아있다. 얼굴은 오른쪽을 향하고 굵은 목에는 구슬목걸이가 남아 있다. 세 마리의 새끼 사자를 품은 형상이다. 새끼들은 돌아가면서 어미젖을 먹고 있는 듯하다. 푸근한 모성은 내가 누구에게 내 것을 주었다는 생각조차도 버린 ‘무주상보시’를 생각나게 한다. 수사자는 고개를 약간 왼쪽으로 향해 그 모습을 바라본다. 몸의 근육에서 힘이 느껴진다.

관덕동 삼층석탑에 사천왕과 천부상이 화려하게 장식된 이유를 알 것 같다. 부처의 법을 보호하는 신장상들은 백수의 왕인 사자를 높이 받든 채 천년을 넘어 버텨 온 것이다. 비로소 석탑의 실체를 본 것 같아 눈앞이 환하게 밝아온다.

배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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