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범 <추강모연>, 1952, 종이에 수묵, 48.5×92.5cm, 울산시립미술관 제공

‘세기의 기증’이라는 이슈를 일으킨 이건희 회장의 미술 소장품 ‘2만3000여점’은 국립중앙박물관를 비롯해 화가가 주로 활동했던 지역의 공공미술관으로 기부됐다. 그 작품들로 전국 순회전이 시작되자 이건희 컬렉션을 보기 위한 관람객들의 예약 전쟁은 서울뿐 아니라 광주 부산 대구 등 지방에서도 어마했다. 울산에서도 이건희 컬렉션이 지난주 오픈과 동시에 2월 온라인 예약이 이미 끝났다.

울산전에서는 100여 점이 선보인다. 관람객들의 리뷰를 보면 이인성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등 서양화 화가들은 일반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것에 비해, 변관식 이상범 허백련 김기창 박생광 등 전통 수묵화와 그것을 현대화한 한국화 대가들은 생소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정 변관식(小亭 卞寬植, 1899~1976)의 ‘어록’은 관람객들이 SNS에 많이 올리는 작품 중 하나이다. 소정과 함께 근대수묵산수화의 양대산맥인 청전 이상범(靑田 李象範, 1897~1972)의 작품도 관심을 끈다.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소정은 ‘적묵법’(먹의 농담을 살려 순차적으로 쌓아가듯이 그리는 기법)과 ‘파선법’(선 위에다 진한 먹을 튀기듯 점을 찍는 기법)을 사용하며 자신만의 수묵 세계를 구축했으며, 대담하고 거친 것이 특징이다. 그에 반해 청전의 화풍은 미점법(가로로 찍은 작은 점)을 활용해 은은하고 부드럽다. ‘절대준’(붓을 옆으로 뉘어 그은 뒤 끝에 가서 직각으로 짧게 그어 마무리하는 기법)과 ‘부벽준’(산이나 바위를 그릴 때 도끼로 팬 나무의 표면처럼 나타내는 기법)을 혼합해 바위와 언덕의 질감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기법이 특징적이다.

한국화의 기법은 생소하지만 하나하나 어떤 기법인지 맞춰보면 다른 산수화를 볼 때도 보이기 시작한다. 알고 보면 더 알게 된다. 흥미도 그렇게 생겨난다. 동시대 화가의 화풍을 비교하다보면 스스로 취향도 파악할 수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시대안목’은 5월21일까지 계속된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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