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울산 중구 길촌마을에 있는 당산나무 곰솔은 주민들이 보호하고 있는 나무다. 주민들이 누가 심었는 지를 알고 있다는 것도 노거수로는 드문 사례다.

“호조참판(종2품)을 지냈던 김해 김씨 두일 어른이 돌아가신 해(고종 23년, 1886년) 그의 아들인 종탁 어른이 심은 나무”라며 “150~180년 정도로 추정된다”고 심은 분의 고손자인 김호배(67) 통장이 알려준다.

나무의 유래를 아는 만큼 나무를 대하는 주민들의 관심과 애정 또한 남다르다. 당제를 지내는 정월대보름 전에 ‘마을 어른 나무’ 건강을 위해 막걸리를 주고 있다. 김 통장은 “작년처럼 올해도 조금씩 모은 3박스(60병)를 줬다”면서 “막걸리 덕택에 작년 가뭄에도 잎이 싱싱했다”고 말했다.

나무 앞에 있는 제당에서 정월대보름날 0시에 제를 올린다. 동제를 지낼 때는 특이하게도 개나 고양이처럼 우는 짐승이 있으면 안 된다고 한다. 제를 올리기 전에 미리 짐승이 있는 지를 살펴 다른 곳으로 옮겨 놓는다.

길촌마을 곰솔은 친구 나무도 있다. 4m도로 건너편에 있는 팽나무가 그의 오랜 친구다. 김 통장에 따르면 약 60년 전 즈음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된다하여 팽나무를 베고나자, 그 집안사람들이 이유도 없이 모두 아팠다고 한다. 소문에는 나무를 다시 살려 놓자 병이 나았다고 한다. 지금은 팽나무 그루터기에서 어린 순이 올라와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당산나무 쪽으로 가지를 뻗고 있지만 친구로 여겨 자르지 않고 있다. 곰솔도 팽나무 쪽으로는 가지를 뻗지 않는다고 한다.

길촌마을 곰솔은 2009년 중구 보호수가 됐다. 유래가 있고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보호하는 나무에 대해 ‘마을문화재’로 지정하고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후원하는 일도 필요해 보인다. 지역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생명문화재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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