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요정은 서양 특히 북유럽의 전설이나 동화에 많이 등장한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불가사의한 마력을 지닌 초자연적인 존재를 말한다. 다양한 형태의 버섯이 숲속에서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진다고 해서 버섯을 ‘숲속의 요정’이라고도 한다. 들판이나 정원에 원형으로 둥글게 줄지어 돋아나 있는 모양을 서양에서는 페어리링(Fairy ring)이라고 하는데 버섯학에서는 균륜(菌輪)이라 부른다. 최근 문화계에서는 균륜을 ‘요정의 반지’라고 하며 책과 음악이 나오기도 했다.

균륜은 지름이 작게는 10㎝ 정도, 크게는 수십m 이상 되는 것도 있다. 한 곳에 떨어진 포자에서 균사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다가 자실체를 형성하고 다시 균사가 바깥쪽으로 뻗어나가 제2의 자실체를 형성하며 몇 년 동안 반복되어 균륜의 둘레가 커지게 된 것이다. 버섯 탐사를 나갔다가 균륜 현상을 보는 것은 그야말로 눈호강이다. 요정들이 모여 원무를 추고 있는 듯 신비하다. 균륜을 만드는 버섯은 60여 종으로 알려져 있다. 송이 등이 열을 지어 돋아나는 것도 균륜의 일종이다. 송이버섯을 찾은 곳을 일렬로 훑어보면 더 많은 송이를 찾을 수 있다.

▲ 잔디 위의 패랭이버섯 균륜.
▲ 잔디 위의 패랭이버섯 균륜.

신화 속의 요정을 상징하는 생명체는 단연 버섯이다. 생성이나 생태, 능력의 신비감과 더불어 다양성까지 갖춘 버섯이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버섯의 의인화도감을 만들고 있다. 필명을 기노코무시(버섯벌레)라고 하는 여성만화가도 인기다. 여성 보컬의 이름 중에 기노코호텔(버섯호텔)도 있다. 요사이 여자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티니핑은 모두 요정이다. 엄마와 할머니들이 까르핑, 아야핑, 소원핑 등 수십 종에 이르는 티니핑의 종류를 외우느라 고생이다. 티니핑처럼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상상력은 매우 중요하다.

요정 같은 생명체, 버섯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많은 어린이들이 버섯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전시회나 사생대회가 많았으면 한다. 아기공룡 둘리, 뽀로로, 자두 등의 캐릭터가 우리 문화자산인 것처럼 버섯을 의인화한 캐릭터가 등장하면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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