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 기술 융합, 산업구조 고도화
2차전지·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창출
정보통신 등 지식기반 서비스업 육성
우수 인재 육성과 유치에도 힘 쏟고
정주여건 개선해 살고 싶은 울산으로

▲ 이강원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로 우리의 일상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여건도 급격히 변화했다. 전염병의 확산으로 생산 및 소비 활동에서 비대면 방식이 확대되면서 정보통신기술, 로봇·AI·IoT 등 4차산업 기술의 활용도가 매우 높아졌다. 그리고 전염병 외에도 홍수, 폭염, 혹한 등 기후변화의 위험이 인류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탄소중립을 기조로 한 친환경 전환 트렌드가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이후 국가 간 전략물자 확보 및 경제안보 등을 위한 보호무역주의가 더 강화되며 국제교역이 크게 후퇴했다.

이러한 대내외적 전환기에서 울산지역 생산 및 수출은 지난해 이후 글로벌 물가상승으로 인한 주요국 긴축 통화정책, 러·우 전쟁 지속 및 글로벌 성장 둔화 등의 영향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조사·발표하는 울산지역의 제조업 업황BSI와 소비자심리지수도 2021년 중반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도 울산의 경제성장률은 최근 10년간(2012~2021년) 연평균 -0.2%를 기록하며 16개 시·도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으며, 인구도 2015년말 117.4만명을 기록한 이후 감소해 2022년말 111.1만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울산경제의 부진한 상황은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경기상황지수(RECI: regional economic conditions index)에서도 엿볼 수 있다. 동남권(울산·부산·경남)은 코로나19 이전의 경제수준을 회복하는 데에 여타권역(충청권·수도권·호남권·대경권은 1년 이내)보다 소요기간이 크게 길어(2년 이상)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낮은데다가 경기변동성(volatility)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울산경제가 다른 시·도에 비해 더 어려움에 직면한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 이전은 2019년 4분기 기준   (자료:한국은행)
※코로나19 이전은 2019년 4분기 기준 (자료:한국은행)

먼저, 높은 제조업 집중도에 원인이 있다. 울산의 산업구조는 제조업 61.0%, 서비스업이 31.9%(이상 총부가가치기준, 2021년)를 차지하고 있어 전국대비 제조업(전국 29.4%)은 2배 이상, 서비스업(전국 61.7%)은 절반 수준이다.

특히 제조업 중에도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의 주력산업이 제조업의 80.2%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주력업종이 울산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왔으나, 해당 업종의 업황에 따라 울산지역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되는 한편 동 업종의 수출 비중도 높아 대외충격 및 글로벌 경제 상황의 영향도 크게 받을 수밖에 없겠다.

반면 고용유발효과가 큰 서비스업은 취약한데, 서비스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보니 효과적인 일자리 확대에도 제약이 된다.

※전기대비 증가율의 직전 20분기 표준편차 (자료:한국은행)
※전기대비 증가율의 직전 20분기 표준편차 (자료:한국은행)

서비스업의 고용유발계수는 9.2(명/최종수요 10억원, 2019년)로 제조업(4.72)보다 크게 높아 일자리 창출에 유리하다. 또한 울산지역의 서비스업 구성도 제조업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운수 및 창고, 사업서비스 등) 중심이라 제조업 업황에 따라 서비스업 업황도 동조화되면서 경기변동을 증폭시킨다. 반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지식기반 서비스업(정보통신, 연구·개발, 전문과학·기술서비스, 금융·보험업 등) 비중은 낮아 (서비스업 중 정보통신업 및 금융·보험업 비중: 울산 각각 3.4%, 8.5%, 전국 8.6%, 11.0%) 외부지역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러면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변화하는 대내외 여건의 전환기 가운데 울산경제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울산경제의 산업구조는 4차산업을 기반으로 한 고도화를 신속하게 이행해 대내외 여건에 대한 취약성을 최소화하고 신성장 동력원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제조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친환경 중심의 기술 및 4차산업과 융합된 생산기술을 발전시켜 고도화하고, 서비스업은 고부가가치 지식기반 업종을 확대·육성하는 한편 인재들이 찾아와 일하며 살고 싶어하는 울산이 되기 위해 감성도시로 변모해야 할 것이다.

우선 주력 제조업종은 친환경 고부가가치 생산기술력을 기반으로 4차산업 기술과 융합된 미래지향적 제조업으로 도약해야 할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생산과 함께 자율주행 등 4차산업 기술을 활용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해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자동차시장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조선산업은 전기추진선, LNG·LPG 대체연료선 등 친환경 선박 관련 기술 개발, LNG 저장·운반기술 확보 등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으로의 전환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석유·화학산업은 탄소저감, 차세대 공장 등 친환경 투자를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화학설비 증설을 통한 수익성 향상을 꾀해야 할 것이다. 4대 주력산업 외에도 2차전지, 소형원전, 바이오 등 신성장 산업기반을 확대해 산업구성을 다양화함으로써 차세대 신규 먹거리 창출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제조업에 치중된 경제구조를 넘어서 정보통신, 연구개발 등 지식기반 서비스업을 육성해 기존의 발전된 제조업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울산지역의 주력 제조업과 연계된 정부출연 연구기관 및 기업의 연구개발(R&D) 기관 등을 유치해 지식서비스산업과 제조업체간의 유기적이고 혁신적인 생산활동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와 관련된 분야의 인재양성 교육기관 지원 및 산학연계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우수한 인재가 준비되고 지역내에서 일하고 싶은 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제공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육, 의료, 교통, 문화 등 정주여건 및 생활인프라를 개선해 산업·생산도시로서만이 아니라 수준 높은 감성·생활·문화도시로의 면모도 갖출 필요가 있다. 울산 거주자의 총소비 중 타지역 순유출 비율이 49.3%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데, 타지역에 가지 않고도 울산지역에서 다양하고 수준높은 소비·거주문화 향유가 가능하도록 양질의 정주여건을 구축함으로써 인재들이 찾아와 일하며 살고 싶은 도시가 돼야 할 것이다.

이강원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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