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야생버섯의 아름다움은 커다란 광대버섯이나 주름버섯보다는 작으면서도 갓과 대, 그리고 주름살 모두를 갖춘 앙증맞은 애주름버섯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버섯은 크게 주름살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주름버섯류와 민주름버섯류로 구분한다. 그리고 주름버섯 중에서 작고 여린 의미의 ‘애주름버섯’은 그야말로 작고 귀여운 녀석들이다. 풀더미나 낙엽들 사이에 발생하였을 때는 장애물을 조심하여 제거해야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연약한 대를 쓰러뜨리기 일쑤이다. 또한 가녀린 대에 비해 갓이 커서 마르기 시작하면 대가 금세 꺾어지므로 갓과 대 모두가 온전한 애주름버섯의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그날 하루 기분은 어디에도 비유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애주름버섯속에 속하는 버섯은 전 세계적으로 500종 이상이 알려져 있고 2021 국가생물종목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40여 종이 알려져 있다. 애주름버섯속은 갓의 지름이 몇 ㎝를 넘지 않는 작은 부생성 버섯류이다. 그들은 포자색이 백색이고, 갓은 원추형 또는 종 모양이며 대는 얇고 부서지기 쉬운 특징을 가진다. 대부분은 회색 또는 갈색이지만 일부 종은 빨간색, 노란색, 청색 등 아름다운 색상을 가지고 있어 버섯 애호가들에게 사랑 받는 버섯이다.

▲ 도토리 깍지 안의 가루털애주름버섯.
▲ 도토리 깍지 안의 가루털애주름버섯.

애주름버섯속의 버섯은 부생성 버섯이므로 썩은 나무, 나뭇가지, 풀, 도토리 깍지, 솔방울, 오리나무열매 등 다양한 곳에서 발생한다. 애주름버섯속의 학명인 미세나(Mycena)는 서양 문명의 근원인 그리스 미케네 문명의 ‘Mycenae’에서 유래한다. 미케네 문명은 기원전 17세기부터 기원전 12세기까지 그리스 남부에서 화려하게 번성했던 청동기 문명으로 그리스 문명, 유럽문명의 직계 조상이라고 간주된다. 크노소스 궁전터나 아가멤논의 황금가면 유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서구문명의 뿌리로 간주하며 금으로 도배하다시피 한 화려하고 찬란한 문명이었다.

기근, 전쟁, 철기문명의 침입 등 확실치 않은 원인으로 철저하게 파괴되고 약탈되어 폐허가 된 후 그 존재가 신화로만 전해오다가 1876년 독일의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Heinrich Schliemann)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독일의 버섯학자인 파울 쿰머가 버섯의 속명으로 사용하였는데 미케네 문명의 발견은 당시 독일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높였던 듯하다. 1890년 슐리만의 장례식에 독일 황제 빌헬름 2세는 조문을 보내고 그리스 국왕 게오르그 1세와 총리, 미국 대사 그리고 전 세계의 수많은 학자가 장례식에 참석했을 정도로 대단한 관심을 끌었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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