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영 울산대 교수·색채학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의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드라마가 종영된 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여진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 모두가 귀하고 특별한 존재로서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필자는 색채 전문가로서 드라마의 주요 인물인 전재준의 시지각적 특이점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드라마를 시청하였다. 드라마에서 주요 인물인 전재준과 그의 실제적 딸로 등장하는 하예솔은 빨간색과 초록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색각이상, 즉 적록색약으로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겪고 있다. 적록색약은 무엇일까?

색의 인지는 망막내의 원추세포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빨강, 초록, 파랑의 삼원색을 감지하고 구별하게 된다. 특별한 경우에 원추세포의 이상으로 삼원색을 보지 못하거나 부분적으로 색의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를 색각이상이라고 한다. 색각이상은 한 가지 이상의 색을 전혀 보지 못하는 색맹과 색의 감각이 저하되어 삼원색중 특정색을 인식하기 어려운 색약으로 구분된다. 색각이상의 유형 중에서 빨간색과 녹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적녹색약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색각이상은 사고나 질병에 의한 후천적 원인도 있겠지만 대부분 유전적 형질에 의한 것이다. 어머니가 색각이상일 경우 딸에게는 나타나지 않아도 아들에게 나타날 경우가 많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6%, 여성의 0.4%가 색각이상으로 여성보다 남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남성이 여성보다 색약이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X염색체가 색각이상에 관련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다양한 색채의 스펙트럼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색지각에 대한 불편함은 삶의 질적 수준을 저하시키고 특별한 경우에는 일상생활에서의 위험과도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유전적 원인뿐 아니라 고령화는 색각이상을 더욱 확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과 시설, 그리고 도시환경에는 색각 이상을 고려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디자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색상보다는 기호나 패턴을 사용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디자인이 적용되어야 하다. 색각이상자, 고령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위한 색채디자인인 ‘컬러유니버셜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적용이 필요하다. 신선영 울산대 교수·색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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