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파블로 네루다

▲ 설성제 수필가

20세기 가장 대표시인들 중 하나,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시인이라 불린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 <질문의 책>(문학동네)을 펼친다. 1973년 9월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에 마무리된 시집을 정현종 시인이 번역해 풀어놓았다.

시는 상상력이라고 하더라. 정말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시인들은 이런 상상력에도 의미를 불어넣는 진정 언어의 마법사다. 온통 질문으로 이루어진 이 시들에 시적 답을 상상하는 재미가 장난 아니다. 시 제목이 따로 없고 일련의 번호로 한 권의 시집이 이루어졌다. 시편1 ‘왜 거대한 비행기들은/자기네 아이들과 함께 날아다니지 않지?//어떤 노란 새가/그 둥지를 레몬으로 채우지?//왜 사람들은 헬리콥터들이/햇빛에서 꿀을 빨도록 가르치지 않지?//만월은 오늘밤/그 밀가루 부대를 어디다 두었다지?’로 시작해서 시편74 ‘왜 나뭇잎들은 떨어질 때까지/가지에서 머뭇거릴까?//그리고 그 노란 바지들은/어디다 걸어놓았을까?……’로 마무리 된다.

사실 지금쯤 봄이 지루해진다. 사람이 죽을 때는 삶이 지루해서 죽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꽃들도 지루해서 떨어지는 것일까. 너무나 빠른 속도로 시절이 변해가고 문화가 변해가는 것도 무덤덤해진다. 이때 머리와 가슴을 화들짝 깨어나게 하는 상상속의 질문, 질문 속의 상상으로 빠져보자.

책을 읽다 문득 떠오르는 질문들로 이 글을 마무리하련다. ‘아이야, 오늘은 학교에서 무슨 질문을 했니?/나의 머릿속 기억은 어디에 머물다가 다시 떠오르는 걸까?/낙타의 등에는 꿈이 있을까?/우리의 머릿속 우물에는 얼만큼 많은 생각이 차 있을까? 생각이 아니면 그것은 무엇일까?/언어의 조련사가 있을까?/언어를 길들일 수 있을까?/자유분방한 언어는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고 돌아다닐까?/초라한 질문을 가장 먼저 짓밟아 버리는 건 나 자신이 아닐까?/천재는 질문을 하늘로부터 부여받아 노력해서 답을 내는 건 아닐까?/대문 밖 거지 나사로에게 부자가 마른 빵과 죽 한 그릇이라도 베풀었더라면 그는 천국에서 이름을 얻었을까?

설성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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