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권속 교육청 정책추진 어려워
교육에 이념문제 등 끼어들어선 안돼
울산미래 위해 천교육감號 순항해야

▲ 사회부장 겸 부국장

천창수 울산시교육감이 지난 6일 취임 이후 각종 언론 인터뷰와 기관 방문, 행사 참여 등으로 분주하다. 천 교육감은 부인인 고 노옥희 전 교육감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당히 교육감에 당선됐다. 울산의 사상 첫 부부교육감 탄생이다. 천 교육감의 취임은 울산 최초의 ‘여성’ ‘진보’ 교육감이었던 노 전 교육감의 교육철학과 행정에 대한 평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 만큼 많은 관심과 조명이 집중되고 있다.

천 교육감은 후보 시절은 물론 취임 이후에도 노 전 교육감의 교육정책과 철학을 이어가겠다고 공언해왔다. 진보적 시민사회 활동가의 길을 함께 걸어온 평생의 동지이자 교사로서 많을 것을 공유하고 공감했을터다. 천 교육감의 당선에 노 전 교육감이 일궈낸 교육업적과 진정성이 크게 기여했음도 부인할 수 없다.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이라는 노 전 교육감의 시즌2의 연장선이라 봐도 무방해 보인다.

천 교육감도 취임 후 “노 전 교육감의 정책을 누군가가 이어가지 않으면 퇴보하니까 누군가는 나서야 되는 상황이었다. 노 전 교육감의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했고 시민들도 이를 지지해 선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시교육감직을 소명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실제 천 교육감은 당선 소감에서 “교육을 교육답게 해 울산교육이 우리나라 공교육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울산교육의 대한민국 공교육 표준화’ 추진은 노 전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하며 한 시민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천 교육감은 울산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지속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쉽지 만은 않아 보인다. 우선 이번 교육감 보궐선거의 투표율은 26.5%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시민들의 뜻이 온전히 반영됐다고 하기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게다가 정부와 울산시 지방정부가 진보성향이었던 노옥희 교육감호의 시즌1과 달리 천 교육감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우호적 분위기와 거리가 있다. 실제 민선8기 울산시와 시의회 등 지방정부·의회 권력이 보수로 대부분 바뀌면서 정책 추진 등에 있어 이미 상당수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고 노 전 교육감 재임시 논란 끝에 결국 무산됐던 울산학생교육원 제주분원 설립 추진 건이 대표적 사례다. 보수와 진보의 힘 겨루기로 이어지고 있는 민주시민교육 조례 폐지 논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를 의식했는지 천 교육감은 선거기간 동안 “교육을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 구도로 나누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혀왔다. 취임 후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현안인 제주분원 설립과 관련 “시의회에서 반대하는 이유를 살펴보니 합리적인 부분도 많았다. 무리하게 추진할 생각은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교육감의 권한은 생각보다 막강하다. 지역교육청과 일선 학교의 예산편성권과 인사권, 각종 정책결정권을 갖는다. 외국어나 자율형사립고 등의 설치·폐지, 교과교실제의 확대 및 학생 평가방식 결정도 교육감에 달렸다. 이같은 무게를 감안할 때 고 노 전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승계한다고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천창수표 교육행정과 철학에 대한 욕심도 생길 수 있을 듯하다.

무엇보다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 공교육의 대한민국 공교육의 표준화’ 추진에 과몰입하다보면 자칫 잘못하다간 울산교육의 하향 평준화라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울산의 교육여건과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 시간에도 젊은층 중심의 탈울산화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 문제는 울산의 미래를 위한 과제다. 여기에 이념 등 부차적인 것들이 끼어들면 안된다. 오로지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학교,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배우고 잘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학교와 교육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분명한 철학과 강단이 필요하다. 교육계 전체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해야만 한다.

울산이 현재 위기라고 한다. 위기는 미래와 직결된다. 교육은 울산의 미래다. 천 교육감에 주어진 소명이 정말 크다. 천 교육감호의 순항과 혁신이 무엇보다 소중한 이유다.

사회부장 겸 부국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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