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호 철학박사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힌 소크라테스. 그를 마지막으로 만나러 온 사람들은 어린 자식을 품에 안고 울부짖으며 감옥을 나가는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를 목격한다. 무겁고 참담한 분위기 속에 그들은 독배를 마시고 죽음을 맞이해야 할 소크라테스를 만난다. 그러나 그들은 즐거워하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한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영혼을 믿으며, 따라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기에 즐거운 일이라고 말한다. 방문객 중 케베스와 심미아스는 소크라테스에게 혼자서만 영혼과 사후세계의 존재를 믿지 말고 자신에게 증명해달라고 요청한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기꺼이 증명을 시도하며, 이 내용이 바로 <파이돈>에 기록되어 있다.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의 입을 통해 플라톤은 영혼의 존재를 증명한다. 이는 문헌상 남겨진 기록 중에 최초이다. 플라톤 이전까지만 해도 영혼은 종교적 믿음의 대상이었다. 플라톤은 논증을 통해, 즉 주장과 근거를 통해 ‘정당화 과정’을 거쳐 영혼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점에서 영혼을 학술활동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파이돈>에서 플라톤이 사용한 논증은 ‘대립자로부터의 논증’ ‘상기설에 의거한 논증’ ‘친족성에 의거한 논증’으로 불린다. 이 중 ‘상기설에 의거한 논증’은 지식의 종류 중 경험하지 않고 아는 지식의 존재와 연관된다. 플라톤 시대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노예 중 일부도 수학 정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 삼각형이 무엇인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삼각형과 비슷한 도형을 다 모아서 감각적으로 관찰해야지 아는 지식이 아니다. 삼각형, 사각형, 원의 정의와 차이는 선천적으로 아는 듯 보인다. 플라톤은 그 이유를 영혼과 연관해 설명한다. 이 세상에는 감각이 아닌, 생각하는 능력만으로 아는 지식이 있다. 이 생각하는 능력이 바로 영혼 때문이다.

물론 플라톤의 논증에 약점은 많다. 어떤 사람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해야만 합리적인 논의 주제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철학뿐만 아니라, 심지어 과학에도 관찰 가능하지 않지만, 탐구의 주제나 대상이 되는 경우는 많다.

김남호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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