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피트 아우돌프가 태화강 국가정원 자연주의 정원을 점검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제주 식생 탐방에 동행했는데, 곶자왈 안내를 맡은 더 가든의 김봉찬 대표는 정원을 어디서 배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자연에서 배웠습니다”.

“나도 자연에서 배웠습니다”. 자연주의 정원의 두 대가는 자연이라는 공감대로 환상적인 케미를 보여주었다. 숲으로 들어가자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보고 궁금해하는 모습이 그치질 않았다. 이날 내가 새롭게 알게 된 식물 이름만 해도 열거하기가 힘들다.

‘배움이란 어쩌면 지식을 쌓아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쌓았던 세계를 허물어 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어느 철학서의 문구가 떠오른다.

▲ 제주 곶자왈의 식생.
▲ 제주 곶자왈의 식생.

곶자왈은 ‘곶’과 ‘자왈’의 합성어로 된 제주 방언이다. ‘곶’은 숲을, ‘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서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으로 ‘덤불’을 뜻한다. 돌무더기 아래로 지하수가 흐르며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미 기후를 만들어 독특한 식생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300~400m고지에 주로 위치한다. 일색 고사리와 천남성, 새순이 눈에 띄는 참식나무와 새우란, 개족도리풀, 나도히초미 등. 자연에서는 이들이 어떤 질서에 의해서 서로의 자리를 차지하고 어울려 있었다. 움푹 들어간 부분은 일색고사리가 바탕식물로 깔려있고 계절별로 피고 지는 식물들로 다채로운 숲 경관을 이룬다.

김 대표는 공간은 점과 선과 면의 조화이며 식물은 어떤 사물보다 점과 선, 그리고 여백이 풍부한 덩어리가 될 수 있으며 정원에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자연을 눈여겨 관찰하고 기후나 서식처에 어울리는 식물을 더 보급하고 지켜나가는 것이 진정한 자연주의 정원의 나아갈 방향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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