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숙 수필가

천년고찰인 문경 희양산 봉암사는 신라 구산선문 중 하나인 희양산문이다. 1947년, 성철스님을 필두로 청담, 자운, 우봉 등 선지식이 모여 ‘부처님 법대로 살아보자’라는 뜻을 세운 봉암사 결사가 이루어진 역사적인 장소다. 1982년, 종단은 봉암사를 조계종 특별수도원으로 지정했다.

봉암사는 일반인들의 출입이 허락되지 않는 수행도량으로 부처님 오신날 하루만 문을 연다. 경내는 부처님 생신을 축하하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북적대지만 분위기는 차분하다. 하긴 일주문만 들어서면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세속을 등지고 돌아앉은 곳이다.

하얀색 연등이 가득한 금색전 마당에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이 있다. 희양산의 거대한 바위 봉우리를 배경으로 날아갈 듯 가뿐하다.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것으로 단층의 기단에 삼층의 탑신부를 올렸다. 상륜부(머리장식)가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귀중한 문화재다. 부처님 생일을 맞아 불자들이 탑돌이 공덕을 쌓고 있다.

▲ 봉암사 삼층석탑 상륜부.
▲ 봉암사 삼층석탑 상륜부.

금색전에는 삼층석탑의 진품 상륜부가 안치되어 있다. 탑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재와 새로 보충한 부재들로 복원했다. 상륜부는 인도 탑을 축소시킨 상징적인 조형물로 그 자체만으로 조형미가 뛰어나다. 상륜부는 철재 찰주를 세우고 각 부재들을 차례로 끼워 고정시킨다.

제일 아래에 네모반듯한 노반이 전체를 받쳐준다. 그 위로 반원형의 복발과 연꽃잎을 배치한 앙화, 여러 개의 둥근 보륜이 차례로 오른다. 다시 팔각의 보개와 불꽃 모양의 수연 위에 용차가 있고 마지막으로 보주가 놓인다. 보주는 보배로운 구슬을 뜻하며 여의주를 의미한다. 석탑의 존엄을 나타내는 장엄으로 화려하다.

옥석대에 자리한 자애로운 마애미륵여래좌상까지 친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주문을 나선다. 오늘이 지나면 산문은 또 굳게 닫힌다. 조계종 선풍의 자존심인 희양산문 태고선원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정진만 있을 뿐이다.

배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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