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술은 인류 역사와 더불어 같이 해왔고 우리의 생활, 문화, 문학, 영화 등 곳곳에 등장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친근한 존재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술도 지나치면 자신은 물론 주변에 피해를 주게 된다. 우리는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제사의식이 있었기 때문인지 특히 술 문화에 너그러운 편이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병나발을 부는 장면도, 맥주잔에 따라 벌컥벌컥 마시는 장면도 곧잘 등장하고 혼자 술을 마시는 장면이 나오면 십중팔구 소주병이 서너 개씩 놓여 있곤 한다. 흡연 장면은 꼬박꼬박 모자이크 처리되지만 음주 장면은 거침없이 방영된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타인에게 주는 피해는 담배보다는 술이 심하다고 할 수 있다.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윤창호법으로 과거에 비해 음주운전의 기준도 강화됐고 처벌수위도 높아지게 되어 혈중 알코올 농도 0.03%부터 음주운전으로 처벌받게 됐다. 지금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이슬람 국가는 물론이고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도 술을 안파는 주도 여럿이 있다. 그리고 가정폭력, 여성폭력, 아동폭력의 저변에는 술이 관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독이라는 의미는 여럿이 있겠지만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를 중독됐다고 할 수 있다.

▲ 석남사 공터의 두엄먹물버섯.
▲ 석남사 공터의 두엄먹물버섯.

알코올 의존자이자 중독자는 술을 마시면 맥박이 빨라지고, 불안감이 증가하고, 환각을 경험하며, 난폭해지기도 하는 금단 증상이 발생한다. 이 증상이 심해지고 빈번해지면 알코올 중독 치료소에 들어가게 된다. 알코올 중독 치료제는 단주제(disulfiram/antabuse)인데 술과 함께 복용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속이 메스꺼워 구토가 유발되고,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얼굴이 붉어지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등의 강력한 숙취현상을 유발해 금주를 유도하게 된다. 이 약물의 문제점은 2주일 이상 복용해야 하는데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게 되며 환자가 약이라는 것을 알므로 술을 마실 때 이 약의 복용을 아예 기피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술꾼을 다스리는 버섯이 바로 두엄먹물버섯(Coprinopsis atramentaria)이다. 이 버섯은 식용버섯으로 일반인에게는 무해하지만 술과 함께 먹었을 땐 코프린이라는 성분이 강력한 숙취 효과를 나타내 서양에서는 ‘tippler’s bane‘(술꾼에게 독, 즉 술꾼에게 쥐약이라는 의미)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두엄먹물버섯은 버섯의 크기도 큰 편이고 봄부터 11월경까지 공원, 정원, 밭 등 주변에서 무더기로 발생해 채취하기도 쉽다. 버섯을 먹은 후 3일까지 술을 먹으면 숙취로 고생한다고 하니 술꾼을 다스리는 데는 최적의 버섯이라 할 수 있다. 요사이 유행하는 초고버섯(일명 총각버섯) 무침이나 조림, 버섯육개장, 버섯찌개 등에 넣어 조리하면 술꾼들이 눈치 채지 못하리.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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