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유럽 각국 대사 10명 울산 방문
천혜의 경관, 영남알프스와 동해바다
태화강을 끼고 조성된 도심 국가정원
자동차·조선·화학 공장 등 둘러보며
산업수도 울산의 다양성과 미래 확인
반구천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공감대
꿀잼도시 울산 재방문 약속 감탄 연발

▲ 박철민 울산시 국제관계대사 전 헝가리·포르투갈 대사

“Beauty is in the eyes of the beholder”란 미국 속담이 있다.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 속에 있다는 뜻인데, 필자에게 울산은 50년 전에도 지금도 아름답다. 그런 울산이 이제 유럽인들에게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6월 10명의 유럽 대사들이 울산을 찾아왔다. 페르난데스 EU 대사를 단장으로 그리스, 독일,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벨기에,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체코, 포르투갈 대사였다. 현재 서울에는 세계 각국 80여명의 상주 대사들이 있는데, 그 중 EU 대사 10명이 한꺼번에 울산을 방문했으니, 큰 손님맞이였다.

올해 초 울산을 방문했던 실무 외교관들이 산업수도로서의 울산의 현재와 미래 가치를 발견하고, 자국 대사들에게 한목소리로 울산 방문을 권유했다고 한다. 필자는 EU측이 당초 1박2일을 예정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EU대사에게 “보여줄 곳은 많은데, 자주 올 형편도 아니니 방문기간을 하루 연장하는 것이 정답이다. 울산의 매력에 푹 빠질 것임을 확신한다”라고 권했다. 그렇게 울산방문 일정이 연장됐고, 그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그들은 매 방문지에서 흥미로움과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기대 이상으로 유익했다면서 감사함을 표했고, 체코 대사는 서울에 있는 가족을 합류시켜 하루를 더 묵었고, 이번에 동행하지 못했던 헝가리 대사는 별도 일정을 잡아 내려오겠다고 했다.

▲ 반구대 투어에서 즐거워하는 유럽 각국 대사들.
▲ 반구대 투어에서 즐거워하는 유럽 각국 대사들.

그동안 대부분의 유럽 대사들은 부산과 경주는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매번 울산은 지나쳤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울산은 다른 도시와 별반 다를 게 없고, 부유한 도시이지만 특별한 볼거리도 없는, 왠지 오염된 자연환경에 찌들어 있을 그렇고 그런 무 매력의 도시로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EU 대사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왜 일까? EU 대사들은 첫날 현대중공업 시찰과 대왕암 공원 투어를 한 뒤, 김두겸 시장이 주최한 오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오후에는 SK 에너지 단지를 시찰하고, 울산 신항 부두로 이동해 전기 추진 친환경 스마트 자율선박 ‘태화호’에 탑승해 울산의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그날 저녁에는 에너지 분야 관계자 초청 간담회를 가졌는데, 울산에 근거지를 둔 수소, 해상풍력, 에너지공단, 석유공사 측 고위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다음 날에는 현대자동차 방문과 태화강 국가정원 투어와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 유치 설명회에 이어, 반구대 암각화 시찰로 마무리 했다.

EU 대사들의 눈에 비친 울산의 매력은 이러했다.

첫째는, 이틀간 일정으로는 부족했던 다양한 볼거리였다. 영남 알프스의 아름다운 산들로 둘러싸여 있고, 그래서 울산의 이름을 가진 이곳 도심에서 지척거리에 바다가 있으며, 도심 한복판을 국가정원을 낀 아름다운 태화강이 흐른다. 바다와 산과 강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생태도시다. 지난 60여년 한국의 산업혁명 역사의 현장으로, 굴뚝공업에서 멈추지 않고, 친환경 미래 산업단지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한국의 산업수도이다. 또한 차세대 원전을 포함해 10여개의 원자로와 원자력대학(KINGS)까지 갖춰 원전허브를 꿈꾸고, 수소 생태계를 갖추고, 이차전지 특화단지로서의 미래를 품고 있으며, 향후 10년 내 울산 앞바다에 6.5 GW 규모의 세계 최대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하려는 울산의 다양성과 미래에 반했다고 했다.

두 번째는, 압도적인 산업단지의 위용과, 이와 조화롭게 어울린 자연 생태계의 매력 때문이라고 했다. 최장 길이 600m나 되는 10개의 건조도크 어느 한곳 빈 데 없이 30여대의 대형선박들이 제작되고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전기자동차와 수소차가 생산되는 작업라인과 한꺼번에 최대 1만5000대를 선적시킬 수 있는 자동차 전용부두를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350만평의 대지 위에 자리 잡은 SK와 S-OIL 정유화학시설의 규모와 그 깔끔한 운영 실태에 놀라움을 표했다. ‘태화호’ 선상에서 바라본 울산 본항과 신항, 장생포부두, 온산 석유화학단지,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 그리고 멀리 보이는 처용암과 대왕암의 낭만에 취했다고 했다. “야경이 더 아름답다”는 안내원의 설명에 “한 번 더 와야겠다”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EU 대사들은 ‘죽음의 강’에서 황어, 은어, 연어가 돌아온 태화강과 태화강국가정원 안에 아시아 최초로 조성된 ‘피터 아우돌프 자연주의 정원’을 둘러보고는 탄성을 내뱉었다. 또 울산시가 추진 중인 2028년 국제원예생산자협회 주관의 울산국제정원박람회 유치 성공을 기원했고, 7000여 년 전 신석기시대의 울산 작가들이 남긴 반구대 고래사냥 암각화에도 감탄하면서 UNESCO 등재 필요성에 공감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울산의 탄소중립 전략인 RE100(전력 100% 재생에너지 활용)과 CF100(무탄소전력 100%)에도 공감대를 표시했다. 울산신항에 수소암모니아 물류단지가 만들어지고, 또한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위한 연관 설비공장이 입주할 머지않은 미래에, 유럽의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울산과의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김 시장은 유럽대사들의 관심 사항에 일일이 답하면서 2028년 울산정원박람회 유치와 반구대 암각화 유네스코 등재 노력에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지지 요청도 잊지 않았다. EU대사들은 한목소리로 “앞으로 더욱 국제화 될 울산에, 더 많은 외국 손님들로 매우 바쁘게 되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 ‘꿀잼 매력 울산’은 진행형이다. 그래서, 그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늘도 설렌다.

박철민 울산시 국제관계대사 전 헝가리·포르투갈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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