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영 울산대학교 교수·색채학
신선영 울산대학교 교수·색채학

전국에서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늘막, 물안개분사장치(쿨링포그)가 곳곳에 설치돼 무더위를 피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더위를 피하는 방법 중 하나로 색의 특성을 이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색을 잘 활용하면 에너지 절감효과도 주며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색은 심리적 특성뿐만 아니라 물리적 특성도 가지고 있다. 파란색은 심리적으로 시원하다고 느끼게 만들지만, 흰색은 물리적으로 온도를 낮추고 에너지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는 색의 현상 중 빛의 성질인 반사와 흡수가 물리적 온도 조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색을 가지고 있는 물체는 가시광선 스펙트럼 내에서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한다. 예를 들어, 나뭇잎이 녹색으로 보이는 것은 나뭇잎에 포함된 엽록소가 녹색은 반사하고 다른 색은 흡수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색 가운데, 흰색은 가장 많은 빛을 반사하고 그 다음으로 노란색, 빨간색, 녹색, 파란색, 보라색, 그리고 검정색 순으로 빛을 반사한다. 검정색 물체는 거의 모든 빛을 흡수해 다른 색에 비해 온도가 높지만 모든 빛을 반사하는 물체는 흰색으로 나타나고 다른 색에 비해 온도가 낮다. 이러한 색의 특성으로 인해 여름철에 흰색의 차는 검은색 차보다 빛의 반사율이 매우 높아 실내의 온도를 낮추어서 연비를 최대 5%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Steven Chu) 박사는 ‘기후변화 심포지엄’에서 건축물의 지붕과 도로를 하얗게 칠함으로써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고, 물리학자 하심 아크바리(Hashem Akbari)도 더운 지방에서 흰색 건축은 냉방비를 절감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실제로 세계 많은 나라에서 지붕과 옥상에 흰색 페인트를 칠하는 ‘쿨 루프(cool roof)’ 캠페인을 통해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

무더위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으며 시원한 냉방장치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계를 사용한 냉방법은 역설적으로 지구를 더욱 뜨겁게 하는 원인이 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온도를 낮추어주는 효과적인 색채를 적절히 사용한다면 뜨거운 여름을 지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신선영 울산대학교 교수·색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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