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모든 생명체들은 자손을 번식하기 위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 버섯이 포자를 퍼뜨리는 방법은 바람을 이용하여 흩뿌리는 방법, 빗물에 흘려내리는 방법, 빗물에 멀리 튕겨 나가게 하는 방법, 벌레에 묻혀 멀리 보내는 방법, 포식자에 먹혀서 포식자의 분변을 통해 멀리 보내는 방법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포자를 마치 탄환처럼 튕겨서 멀리 보내는 방법인데 그 주인공이 바로 공버섯(Sphaerobolus stellatus)이다. 크기는 1~2㎜ 정도로 매우 작지만 백색의 외피가 별 모양으로 갈라져 황색의 공 모양의 기본체가 나타나고 몇 시간 후에는 공이 부풀며 공 모양의 기본체가 탄환처럼 튀어 나가는데 1~5m까지 날아간다. 다른 이름은 진주처럼 아름답다 해서 진주버섯이라고도 하고 일본 이름은 탄환처럼 튕겨나간다는 뜻으로 다마하지키타케(玉彈き茸)이고 중국명은 성상탄구균(星狀彈球菌)이다.

이 버섯을 만난 사연도 재미있다. 버섯 동호인 한 분이 인터넷에 올라 온 진주버섯이 너무 아름다운데 찾아 달라 했다. 그러나 한 번도 본 적도 없이 버섯도감에 언급되어 있는 ‘여름~가을에 썩은 나무에 난다’는 정도로는 어디에 언제 나는지가 확실치가 않아 찾는다는 것이 그저 망막하기만 했다.

여름방학이 되어 연로하신 장모님을 뵙고자 서울에 며칠 가 있게 되었다. 필자는 서울의 야생버섯 연구자들이 자주 간다는 동구릉에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갔다. 서울에서 30년 살면서도 거의 가보지 않던 동구릉이니 넓은 곳에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비가 온 후라서 구멍이 난 신발이 물에 젖어 잠시 신발을 벗어 말리고 있는 중에 근처 나무토막에 노란 것들이 있어 가까이 가서 유심히 들여다보니 ‘앗, 진주버섯’임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크기가 깨알수준이니 그냥 지나쳐서는 절대로 찾을 수 없다.

조그만 나무토막이고 울산의 버섯 동호인들에게 보여줘야겠기에 비닐봉지에 담아 울산으로 가지고 와서 어항에다 넣고 틈틈이 물을 뿌려 주며 동호인들이 사진을 찍게 했다.

9월이 되면 서울팀과 울산팀이 매년 강원도에서 공동으로 버섯을 탐사하곤 했는데 서울팀도 공버섯을 구경을 못했으니 강원도 오는 길에 가지고 오란다. 가지고 올라가니 서울팀의 우산돌이님이 하는 말이 “이 버섯은 원래 서울 것이니 우리들이 가지고 가야겠다.”고 하며 서울로 다시 가져갔다. 모두들 “버섯에도 ‘지역연고권’이 있나” 하면서 웃었다. 이렇게 해서 공버섯은 울산, 강원도로 해서 다시 서울로 돌아갔다.

그 후 울산에서는 석남사 옥류골, 간월산 성지골 그리고 통도사, 범어사 등에서 찾았으므로 공버섯은 지역성은 없고 한여름에 습기가 많은 나무토막, 폐목을 자세히 살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여름에 계곡에서 물놀이 하다가 근처의 습한 나무토막, 베니어판, 우드칩 등에서 공버섯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고 스마트폰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일본의 한 버섯사진 마니아는 포자가 날아가는 모습까지도 찍었다고 한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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