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주은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낱말의 뿌리를 어원이라 한다. 어원의 사전적 해석은 ‘어떤 단어의 근원적인 형태, 또는 어떤 말이 생겨난 근원’이다. 어원을 탐구하는 의미를 <어원의 발견 ‘여는 글’>(박영수, 2023)에서, ‘어원을 공부하는 일은 단지 어떤 말이 생겨서 이루어진 역사적인 근원만 살피는 것이 아니고, 연관된 문화 지식과 역사를 알게 되는 흥미로운 여정이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럼 어원 사례를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먼저 영어의 한 단어 어원 사례다. 현 산업사회에서 필수 도구로 자리 잡은 ‘로봇’이 있다. <어원사전>(마크 포사이스, 2021) 142쪽의 내용 중 ‘로봇[robots]’ 어원 생성 과정을 요약한다. 옛 오스트리아 제국이 중부 유럽을 점령했던 시절, 지주와 농노의 부역제도를 ‘로봇’이라 했다. 이후 1920년 카렐 차페크라는 체코 작가가 희곡을 썼다. 공장에서 생체 조직을 생산해서, 명령에 복종하는 인조인간을 제조하는 내용이다. 작가는 이 인조인간의 이름을 영어 단어 노동[labour]의 어원이기도 한 라틴어 ‘labor’에서 따와 ‘labori’라고 부르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형 요세프가 추천한 이름이 로봇[robot]이다. 이후 카렐 차페크는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Rossum’s Universal Robots> 희곡을 상연해 성공한다. 2년 후 ‘로봇’이란 단어는 영어에 도입됐다.

이렇게 낱말의 어원을 통해서 그 낱말이 생성된 문화 배경과 의미 생성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어원 분석은 상당한 어학 전문성과 당대 역사 지혜까지 필요한 분야이다. 최근 발간된 어원 연구서인 <어원의 발견>(박영수, 2023) 23쪽에서 한 사례를 요약 정리한다. [고맙다] ‘남의 인격이나 행위를 높여 공경하다.’라는 의미의 고유어 ‘고마’가 어근이며, 한자 ‘존경’에 대응한다. 초기의 ‘고맙다’란 의미는 이처럼 공경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나타낸 말인데, 17세기 들어 의미의 변화가 있다. <계축일기> “대비께서 감동하시고 고맙게 여기시며 세자를 향해”에서 ‘고맙게’는 공경하는 마음과 흐뭇한 마음을 모두 담고 있다. 이후에도 상대를 존경하는 마음을 나타낸 말이었으나, 19세기 외래어에 대한 번역 작업 과정에서 ‘감사하다’는 뜻으로 바뀌고 ‘존경하다’의 의미는 사라졌다. 또한 ‘고맙다’는 본래 사람과 사물 모두에 사용하는 반면, ‘감사하다’는 주로 사물에 대한 인사로 썼지만, 현재는 두 용어를 혼용하면서 어느 경우에든 사용하고 있다.

윤주은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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