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호 철학박사

인류의 지성사를 보면 매우 오래전부터 주관과 객관을 구분해왔음을 알 수 있다. 애초에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문명 발달이 가능하지 않다. 내가 배가 고프든, 사과를 먹고 싶든 상관없이, 채집해 온 사과가 가령 20개라는 사실은 객관의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이 둘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도 주위에 꽤 많다. 소위 갑질은 가해자의 주관적인 성향이나 고집 등이 반영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피해자는 공감이나 동의할 여지를 갖지 못한다. 요즘 갑질은 거대 권력을 가진 사람만 하지 않는다. 상품이나 음식 평가자, 민원 제기자, 수업 평가자 등도 갑질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오은영 박사로 대표되는 교육 방식은 오랜 세월 한국 교육계를 지배했던 강압식 교육에 대한 반동으로 더 관심을 받았다. 이전 세대는 오 박사의 훈육 방식을 보면서 세상 참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양극단은 부작용을 낳는다. 오 박사의 훈육 방식은 본의 아니게 자칫 아이가 자기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위험이 있다. 분명 교육 현장에서는 환경이 나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는 부분보다는 내가 환경에 맞게 변해야 하는 부분이 더 크다. 나와 성격이나 기질이 맞지 않는 친구와 협동해야 하고, 사회 질서를 존중해야 하고, 일부 사고방식은 싫든 좋든 내면화해야 할 필요도 있다.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일도 중요하다. 더 나아가 내 감정과 무관하게 반드시 지켜야 할 사회 질서가 있으며, 객관적으로 옳고 그른 일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단순히 내 감정이 좋거나 좋지 않다는 이유로 무언가에 대한 가치 평가를 내려서는 안 된다. 평가는 감정의 차원이 아닌 사유의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이란 참으로 복잡하고 어렵다. 아이가 귀한 세상이기 때문에, 내 아이를 우리 사회의 자산이자, 희망이라는 생각이 더 절실하다. 그런 사명을 가지고 아이를 키울 필요가 있다. 아이와 함께 실내에 들어온 가족을 시끄럽다는 이유로 싫어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을 보며 인간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모 모두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남호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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