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나 그림을 파이썬으로 분석
단순 명령에 코드작성·실행은 물론
에러 수정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
작업내용 보완한 역질문마저 척척
이미지 얼굴 인식 ‘기본 딥러닝’도

▲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ChatGPT의 유료 버전인 GPT-4에는 ‘고급 데이터 분석(Advanced Data Analysis)’이라는 기능이 있다. 유료 버전으로 전환하고, 사용 설정을 하면 쓸 수 있다. ChatGPT 실행화면의 왼쪽 아래에 보면 자신의 아이디 옆에 점 세 개가 있는데, 점 세 개를 클릭하면 ‘Settings & Beta’ 라는 아이콘이 있다. 그리고, ‘Beta feature’를 클릭하고 고급 데이터 분석을 사용하는 설정을 하면 된다.

고급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파이썬 코드를 작성하고 실행할 수 있는 버전의 ChatGPT를 사용해 보세요. 파일 업로드도 가능합니다. 데이터 분석, 이미지 변환, 코드 파일 편집 등에 대한 도움을 청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파일은 하나의 세션 동안만 유지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데이터나 그림을 올리면, 분석을 ChatGPT가 파이썬으로 해준다. 정말 그랬다. 그리고 고급 데이터 분석에서 AI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내가 고급 데이터 분석을 처음 접한 것은 고급 데이터 분석의 전 버전인 ‘코드 인터프리터(Code Interpreter)’에서 였다. 코드 인터프리터의 기능이 뛰어나다는 의견이 ChatGPT 사용자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사이트에 종종 올라왔다. 그래서 사용해 보았다. 사실 처음에는 어떤 것이 장점인지 알기 어려웠다. 코드 인터프리터 없이도 ChatGPT는 파이썬 코딩을 잘 해줬다. 코딩에 에러가 나면, 에러 메시지를 복사해 붙이면, 수정도 잘 했다. 그래도 그냥 코드 인터프리터 기능을 켜 놓았다. 처음으로 무언가 달라졌다고 느꼈던 것은 그림을 직접 그려서 보여주기 시작했을 때였다.

▲ ChatGPT의 유료 버전인 GPT-4상의 고급 데이터 분석(Advanced Data Analysis) 기능.
▲ ChatGPT의 유료 버전인 GPT-4상의 고급 데이터 분석(Advanced Data Analysis) 기능.

ChatGPT는 언어 기반이기 때문에 그림을 직접 그려주지는 않았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파이썬 코드를 제공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서 3월에 출간한 “AI 자료분석”이라는 책에 이어서 쓰고 있는 “머신러닝” 책의 그림을 파이썬으로 그리려고 했다. 확률밀도함수를 설명하기 위한 그림을 그리는 파이썬 코드를 요청하자 코드 인터프리터가 그림도 그려서 바로 보여주었다. 처음엔 “어, 이제 그림도 바로 보여주네, 좋아졌네” 정도의 생각이었다.

다음 날, 중국에서 온 학생 40명에게 강의를 해야 했다. ChatGPT 강의를 했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비율을 분석해 투자하는 것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평소 같으면 경제옹알이에서도 자주 설명한 코드와 그림을 사용했을 꺼다. 그런데 코드 인터프리터가 그림을 어떻게 그려주나 궁금해서, 코드 인터프리터를 켜고 질문을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파이썬 코드를 만들고, 실행하고, 그림으로 결과를 보여주었다. 거기까지는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주가 비율분석 파이썬 코드는, 비율을 구하는 것과 구해진 비율에 의해 주식을 살지 팔지를 결정하는, 두 단계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두 번째 단계 코드에 에러가 있었다. 코드 인터프리터는 두 번째 단계를 실행하다 에러가 나자, 에러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자동으로” 코드를 수정했다. 그리고 수정한 코드를 실행해서, 에러가 수정된 코드가 만들어 낸 그림을 보여주었다.

깜짝 놀랐다. 내가 실행한 명령은 단 하나였다. 코드를 작성하고, 실행하고, 에러가 나면 수정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었다. 코드 인터프리터에서 AI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러자 전날 그림을 그릴 때 코드 인터프리터가 나에게 역으로 질문을 했던 것이 기억났고,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머신러닝 책을 쓰며, 확률을 구해놓은 표가 필요했다. 표를 만들어 달라고 하자, 코드 인터프리터가 나에게 역으로 질문을 했었다. 표를 만들어 줄 수는 있는데, 모든 범위의 값에 대해서 표를 만들면 너무 공간을 많이 차지하니, 범위를 정해주면 그 부분만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모든 범위의 값의 표를 원하는 것이 아니면 범위를 정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다음 명령으로 범위를 정해주었다.

코드 인터프리터는 나와 진정한 의미의 대화를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ChatGPT와의 대화는 내가 질문하면 ChatGPT가 대답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코드 인터프리터는 나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작업 내용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AI가 나아가는 방향이 구체적으로 보였다. 이제 질문을 한다.

엑셀 파일을 올리면, 자료분석을 하고 그림까지 그려주는 것은 외국 인터넷 블로그에서 이미 다루고 있고, 앞으로 경제옹알이에서도 다룰 예정이다. 그런데 이미지에서 얼굴 인식을 하는 기본 딥러닝도 코드 인터프리터에서 바로 실행이 되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사진을 올리고, 얼굴을 찾아 달라고 하자, 에러는 좀 있었지만 얼굴을 찾아주었다. 그리고 발생한 에러는 시간이 지나면 아마도 코드 인터프리터의 새로온 이름인 고급 데이터 분석이 자동으로 수정도 해 줄 것이다. AI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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