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세계 3대 정원박람회가 있다. 영국 첼시 플라워쇼, 프랑스 쇼몽 국제 가든 페스티발, 독일 BUGA(연방정원박람회)다. 특히 독일 BUGA의 경우는 매회 개최 장소를 달리해 박람회 전 후 도시의 면모를 탈바꿈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는 독일 남서부 만하임(Mannheim)에서 4월부터 10월까지 개최 중이다. 약 100㏊가 넘는 면적에 새로 조성된 슈피넬리 기후파크와 전통적인 루이젠파크에서 동시에 개최되며 네카강을 가로질러 두 장소는 케이블카로 서로 연결된다.

1948년 미군 부대로 사용하던 만하임 북동쪽 슈피넬리(Spinelli)막사를 개조해 현재까지 가장 지속 가능한 정원박람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시나 이벤트 프로그램 전반적인 영역에서 기후, 환경, 에너지, 식량안보 등 네가지 핵심 키워드가 녹아있다. 이는 만하임시의 2030 사명 선언문과 UN에서 설정한 지속가능한 개발 17개 항목(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GD)에서 개발된 주제다. 관람객들에게 이 항목들을 정원의 형태로 조성해 홍보하고 있다. 특히 신선하게 보았던 정원은 실험장 전체에 미래나무를 심어 수목재배원으로 만든 곳이었다. 2023그루 나무는 정원박람회 개최 기간 중 관람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이후 도시 곳곳으로 옮겨 녹화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후공원은 북동쪽 녹지축의 핵심이 되며 도시의 기후개선과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도심 휴양공간이 된다. 여기에 도마뱀과 야생벌의 서식처도 마련해 두어 정원박람회의 핵심 주제를 상기시켜준다.

▲ 독일 만하임 BUGA의 2023미래나무와 기후공원.
▲ 독일 만하임 BUGA의 2023미래나무와 기후공원.

‘비움과 채움’의 미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BUGA 현장에서 미래의 도시를 위한 정원문화의 지향점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울산에도 해마다 정원축제가 열린다. 정원스토리페어는 팬데믹 시기에도 명맥을 이어 7년째 개최되고 있는데, 올해는 울주군 간절곶 바다를 배경으로 성황리에 치러졌다. 울주군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행사 후 철거하지 않고 정원작품을 존치하기로 했다. 2017년 울산조경협회 회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된 정원스토리페어는 시민참여와 정원사들의 봉사가 어우러진 울산의 대표적인 정원행사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적인 정원축제가 되는 날을 꿈꾸어 본다.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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