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지난 여름에까지도 괜찮았다”면서 당시 촬영한 나무사진을 보여주는 마을의 주민은 “지금 보니 잎도 작아지고 가지가 마른 곳이 많은 것을 같다”며 안타까워한다.

울주군 두서면 미호리 164-11에 서있는 중동마을 느티나무(사진)는 매년 정월대보름날 오전 7시에 마을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제주가 되어 정성껏 제를 모시고 있는 마을의 당산나무다. 중동마을 주민들은 “누구라도 정성껏 소원을 빌면 한 가지는 들어준다. 풍년, 흉년이 들지도 알려준다”고 했다.‘잎이 전체적으로 골고루 피면 비가 알맞게 와 풍년이 들고 아래쪽부터 피면 초반에 비가 많이 오고 위쪽부터 피면 늦게 비가 많이 와 흉년이 든다’는게 마을 주민들의 설명이다.

3년여 만에 만난 느티나무는 외과수술 후에도 성장을 해 가슴높이 둘레가 7m 가 넘는 금복주 같은 싱싱함을 잃고 복부비만에 앙상한 팔이 생각 날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칡덩굴이 나무를 덮고 있어 더 그렇게 느껴졌다.

주민들은 나무 주변으로 바뀐 것이 없는 데 이상하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뿌리를 상하게 하고 호흡을 힘들게 한 변화가 보였다.

북쪽 밭에 전에 없던 물웅덩이가 생겼다. 마을주민에 의하면 3년여 전부터 농수로가 깨져서 물이 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나무 아래로까지 물이 고여 호흡곤란으로 잔뿌리들이 괴사하다보니 잔가지들이 마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밭으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배수로를 만들어 고인 물을 빼줘야 한다.

서쪽으로 뻗었던 굵은 가지를 잘라냈고 그 쪽 가지들은 거의 없어졌다. 밭쪽으로는 뿌리가 없다는 의미다. 트렉터로 땅을 갈다보니 땅으로부터 5~15㎝정도 깊이에 있는 잔뿌리들이 반복적으로 잘려 나갔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에는 어떤 나무를 소개할까 하던 차에 생각난 것이 어쩌면 힘든 상황을 알리기 위함이었나 싶기도 하다. 건강을 회복해 다시 금복주가 되었으면 한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