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귤이씨(33)의 변명 영상스틸컷’ 단채널 영상, 16분 33초, 2023, 소금나루 작은미술관.

국내 예술가들과의 뜨거운 경쟁을 통해 선정된 레지던시 소속 작가들의 전시는 입주가 힘든 만큼이나 결과보고전시가 매년 미술관급 전시를 방불케 한다. 실제로 울산시립미술관 젊은 작가들의 포트폴리오 리뷰에는 지역의 레지던시를 거쳐 간 작가들의 선정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2023 레지던시 입주작가들의 결과보고전시가 스타트 되어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북구예술창작소 소금나루2014(북구 중리11길2)는 김귤이 작가의 보고전 ‘대충살자.jpg’가 진행되고 있다. 영상작품 ‘김귤이씨(33)의 변명, 2023, 단채널 영상, 00:16:33’ 은 대충하는 법 step1~4를 통해, 생활하면서 대충하는 해법들을 제시한다. ‘step3. 전시할 곳이 없다면 대~충 집에서…’ 는 집 현관을 들어서면서부터 각 공간에 가상으로 본인의 작품을 배치하고 작품에 대한 정보를 주는데 작품을 관람한 후에는 게임에서처럼 다양한 능력들을 획득할 수 있다. 실제로 전시장 영상실에는 작가가 대충 포장한 팝콘을 쌓아놨는데 관객들에게 작가가 쏘는 특별한 선물이다. 모든 것들은 대충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프린팅해 복사를 하는 것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는 것이다. 관객들은 대충하는 것에 대한 고찰을 전시장에서 아주 재미있게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북구예술창작소 감성갱도 2020(북구 재내3길6-9)은 진주영 작가의 보고전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진행된다. 공기처럼 너무 담백해서 평소에 의식하지 못하는 ‘호흡’은 작가에게 있어 화면에서 보여지는 호흡이 아니라, 명상을 통해 화면과 호흡하는 행위 그 자체로 주제가 된다.

고래로131 창작스튜디오 (남구 장생포 고래로131)는 이윤빈 작가의 보고전 ‘우리는 밀림 속에 있었다’가 진행되고 있다. 이윤빈은 2년째 울산에서 거주하며 지역성과 장소들을 목격하고 관찰해왔다. 작가가 말하는 ‘밀림’은 온갖 대상물로 가득한 공장을 의미하고, 우리는 각각의 대상들로 포집된 밀림 속에서 무엇을 찾고 소비하고 지나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윤빈의 작업은 한지 위에 수묵채색화로 담담하고 고요하지만 강한 울림을 준다.

위의 작가 이후에도 소금나루2014는 11월15일까지, 감성갱도2020과 고래로131은 12월23일까지 입주작가들의 보고전이 릴레이형식으로 이어진다. 전시는 종료와 오픈일 사이에 설치기간이 있으므로 자세한 일정은 각 레지던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가가 전시장에 늘 상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나보고 싶다면 미리 전화를 하고 가는 것도 추천한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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