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땅이 원하는 것에 경청하고 이를 찾아내야 한다.’

독일의 조경가 헤르타 함머바허 여사가 ‘장소의 혼’을 언급하며 했던 말이다.

오래된 공원은 별다른 매력 없이 큰 나무 아래 잔디밭이라는 일반적인 공식의 풍경을 만든다.

울산도 도시화 초기 조성된 공원이 많다. 지금은 새롭게 조성하기보다 기존 공원을 리뉴얼하는 추세다. 이용행태나 상권 등 주변 여건을 반영해 열어주어야 할지 감싸주어야 할지 결정한다. 대부분 나무는 울창해지고 잔디밭은 잡초관리에 고심이 많고 하부 식생은 빈약한 상태다. 대안이 없을까?

독일 남서부 루드비히스하펜에는 ‘녹색 오아시스’라는 별명을 가진 에버트파크(Ebertpark)가 있다. 하랄드 자우어(Harald Sauer)는 녹지국 수석 정원사로 일하며 수년에 걸쳐 이 공원을 지역의 휴양지로 변모시켰다. 1925년 개장 이후, 창의성과 혁신적인 힘을 지닌 완벽한 설계로, 잘 관리된 다년생 식물을 심어 비교할 수 없는 매력적인 도심공원으로 변모시켰다.

답사를 간 일행들은 창의적 배식기법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 울창한 나무 아래 주목 군락지를 그령과 흰 추명국, 꿩의 다리 등 몇 가지 식물 조합으로 멋진 공간을 재창조해 냈다. 잔디밭을 점차 걷어내고 숙근초를 혼합한 식재로 공간을 차별화했다.

오래된 장미원은 다년초와 어우러지게 새롭게 디자인을 접목해 과거와 현재, 야생과 재배식물이 공존하는 신선한 공간을 연출했다. 노후되고 황폐해진 수로와 연못은 구조를 변경하지 않고 숙근초 식물 도입만으로 야생 들판을 재현하고 아름다운 초지로 조성해 각광을 받으며, 공원 개선 사업 기금을 전폭적으로 받게 된 계기가 되었다. 특히 잡초가 지속해서 자라는 곳은 평화적 공존을 추구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안개나무, 서양딱총나무와 포플라대신 심은 자작나무 경관이 인상 깊었다.

장소가 원하는 것을 깊이 느끼고 그것을 재현해 낸 정원 디자이너의 열정과 섬세함이 투박한 독어와 대비해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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