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30% 이상이 무당층·중도층
이들의 지지 얻어야 총선서 승리 가능
국민들이 체감할만한 혁신만이 살 길

▲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

22대 총선이 6개월도 남지 않았다. 거리를 뒤덮은 현수막은 선거철이 성큼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자신들은 기발하고 재치 있는 문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불편하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현수막보다 더 어지럽고 무겁다. 또 이런 사람들에게 나라의 미래를 맡겨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정치는 ‘실수’ 경쟁이 되고 있다.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상대의 실수로 승리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의 구성과 운영에 허점이 많고 역량이 부족해 언제든지 악수를 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틈을 노리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정당보다 앞서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거나 변화를 도모하는데 있어서 소극적인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이런 접근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정치에 식상한 국민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여론 조사에서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30% 이상으로 나타난다. 지역별로도 영호남 가릴 것 없이 무당층 비중이 역대 최대 규모다. 국민들에게 어필하는 가장 손쉬운 전략이 신인을 공천하거나 지역구를 ‘텃밭’에서 격전지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이제 더 이상 국민들을 감동시키기 어렵다. 지난 몇 차례의 총선에서 당선된 초선의원의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서 달라진 것이 있는가. 국회 운영이 민주화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법안들이 만들어지고 있는가. 형식적 ‘물갈이’만으로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미 입증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선거승리를 위해서는 인물교체뿐만 아니라 혁신경쟁을 해야 한다. 정당은 물론 후보들도 의회의 제도와 운영을 혁신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내려놓는 경쟁을 하기 바란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혜는 세계에 유래가 없는 수준이다. 고액의 연봉, 다수의 보좌진, 불체포 특권 등 이미 알려진 것 외에도 KTX 무료, 전용목욕탕 등 국민들이 잘 모르는 것까지 합하면 정말 놀랄만한 수준이다. 물론 선거 때가 되면 세비 삭감이나 불체포 특권 폐지 등을 공약한 경우가 있었지만 정작 당선되고는 한 번도 지킨 적이 없다. 오히려 극심한 여야 대립 속에서도 자신들의 특권을 늘리는 데에는 의견이 완벽히 일치했다. 난공불락의 ‘특권 카르텔’이다. 국민들은 당연히 이 철옹성을 먼저 깨트리는 정당과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은 지역구가 있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존재다. 그런데 총선공약들을 보면 구청장 후보인지 국회의원 후보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물론 당선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지지가 필요하므로 지역의 현안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약의 대부분이 지역문제에 국한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국가적 아젠다를 개발하고 이를 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중요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비록 선거는 지역에서 치르지만 국가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지역과 연계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후보자 도 지역의 대표에서 국가적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울산은 상대적으로 전국적인 정치인의 배출이 여의치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인구 등 지역적 한계도 있으나 정치인 스스로 자신의 입지를 지역에 국한시켰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은 다양한 정보 매체를 통해 자신의 소신이나 정책아이디어를 확산시키는데 제약이 없다. 다음 총선을 통해 울산에서도 지역을 초월한 전국적인 인물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 유권자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무당층은 바로 중도층이다. 결국 이들의 지지를 얻는 정당과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한다. 중도층의 특징은 여야 가리지 않고 변화하고 개혁하는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정당 내부에서 아무리 혁신을 부르짖어도 국민들이 체감하고 인정할만한 것이 아니면 아무 소용이 없다. 유권자들은 과감히 자기혁신을 도모하는 정치인을 원한다. 여기에 국가적 리더로의 성장가능성까지 보여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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