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전환 시대 성공적 안착 위해
한 번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혁신 창조적 파괴 정신 필요

▲ 박철민 울산시 국제관계대사 전 주헝가리·포르투갈 대사

얼마 전 경상대학과 울산과학대학에서 ‘디지털 전환 시대의 울산’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전문 분야가 아니어서, 준비과정에서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디지털 대전환의 역사와 배경, 주요 국가들의 정책방향, 기업 성공사례와 애로 해소방안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AI 도입률, 기술 및 인재 등 산업기반, 비 ICT 기업의 디지털 활용도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사실에 의아했고, 그럼에도 울산은 모범적인 DT 적용사례들을 축적하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 현생 인류는 ‘지혜가 있는 사람’이란 뜻을 가진 ‘호모 사피엔스’이고, 30만 년 전부터 살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전환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은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로 불린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로 끼고 사는 현대인을 빗대어 나온 말인데, 사실 스마트폰의 역사는 13년에 불과하다. 현재 인류는 4차 혁명시대에 살고 있고, 4차 혁명은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지구의 역사가 45억 년 쯤 되고, 최근 30만 년 간 진화해온 인류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첫 번째 산업혁명을 이룬 것은 지금부터 250 여 년 전인 18세기 말이다.

▲ ‘지구 온난화의 미래’ 저자 박선호 작가가 그린 삽화.
▲ ‘지구 온난화의 미래’ 저자 박선호 작가가 그린 삽화.

그 후 100년쯤 지나, 전기의 발명으로 대량생산과 대규모 공장생산이 가능해져 2차 산업혁명의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또 다시 100여년이 흘러, 1990년대 컴퓨터와 인터넷이 등장했고, 3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풍요와 편리함을 누리게 되었다. 2000년대를 거치면서, 인터넷으로 신문을 볼 수 있는 신비한 세계가 일상화되었고, 전자상거래라는 온라인 구매플랫폼이 기업의 사업모델이 되었다. 과거 같으면, 등초본 서류 사본을 발급받으려고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았는데, 전자정부 구현으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3차 산업혁명 시대에 태어난, 신인류를 우리는 ‘MZ세대’라고 부른다.

현재 20-30대인 ‘MZ세대’는 전산화(digitization)와 디지털화(digitalization)에 매우 익숙하다. 아날로그적 사고를 태생적으로 거부하기 때문에,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라고도 한다. 이렇듯 1차에서 3차까지 100년을 주기로 혁신적 산업성장을 해온 인류는 3차 혁명 이후 불과 20년 만에 4차 산업혁명을 이루어냈다. 4차 산업혁명, 즉 디지털 대전환은 기계해독 전환과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의 상호연결을 통해 사회,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일련의 과정이다. 한번으로 그치지 않고, 아주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선순환하고 있다.

2010년 도입된 스마트폰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 시기에 태어난 인류를 우리는 알파세대라고 하고, 포노사피엔스의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휴대폰이 없었던 시대엔, 오직 면대면 만남, 즉 접촉을 통해서만 소통이 원활했지만,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상상조차 못하는 알파세대들은 접촉이 더 이상 필요 없는, 비대면의 초연결 네트워크 사회에 살고 있다.

▲ 최근 경상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디지털 전환 시대의 울산’ 주제 강연 장면.
▲ 최근 경상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디지털 전환 시대의 울산’ 주제 강연 장면.

요즘 초등학생들은 글자 대신 ‘현대판 상형문자’라고 하는 이모티콘으로 소통한다고 하니, ‘이모티코노(emoji) 사피엔스’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MZ 세대들은 대화 대신 문자 발송을 선호하고, 알파세대들은 아예 문자 대신에, 이모티콘 소통을 즐겨한다고 하면, 언젠가 인류는 또다시 글자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될 것 같다. 23개월이 막 지난 외손자와 페이스톡을 한 적이 있다. 동영상 화면이 열리면서, 필자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면서 반가워 했다. 얼마 전부터 새로 익힌 ‘엄지 척’과 승리의 ‘V’를 선보이며 재롱을 떨었고, 얼마간 할아버지의 계속된 질문에 성심껏 반응을 보이더니, 지루해졌던지 ‘빠이빠이’ 사인을 보내는 게 아닌가. 못 본 척, 다른 질문을 이어갔더니 손을 죽 내밀어 화면을 꺼버렸다.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이미 터득한 것이다.

2021년 태어난 외손자는 디지털 전환시대 가장 최근 인류인 ‘베타세대’이다. 디지털과 피지컬이 융합된 디지컬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존하는 O2O 산업모델, 그리고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을 친숙하게 배우고 또 활용하게 될 것이다. 지금 초등학생들도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자동차를 조립하며 비행기 엔진의 내부를 들여 다 보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은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에지, 양자 컴퓨팅, 5G·6G,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AR·VR, 로봇, 3D 프린팅 등 4차 혁명시대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패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 직속으로 디지털플랫폼 정부 위원회를 신설했고, 세계 최고의 디지털 역량 강화 등 5대 전략 하에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등 19개 추진과제를 진행시키고 있다.

울산시도 ‘디지털과 함께하는 스마트 울산’이라는 모토 하에, 미래전략본부를 신설했고, 스마트시티 조성, 디지털 조선소 구축, 메타버스 해양관광 서비스 구축, 탄소중립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등 성공사례를 하나 하나 쌓아 나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한 번의 성공으로 안주해서는 안되고, 끊임없이 혁신하는 창조적 파괴의 정신이 필요하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평가받는 피터 드러커 교수도 “기존사업을 과거의 방식으로 지속하는 것은 앉아서 재난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며 혁신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필자는 울산이 디지털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모범도시로 자리 잡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대기업들이 공조하는 동반성장의 모범모델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 포노 사피엔스든 이모티콘 사피엔스든 모여들지 않을까?

박철민 울산시 국제관계대사 전 주헝가리·포르투갈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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