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나무를 잘라낸다고 하던데요, 오래된 나무를 자르면 안 될 텐데!”

법당에 있던 큰 떡을 하나 주면서 보살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 감나무는 지난 1월, 사철 옆 손두부집에 왔다가 만났다. 어떤 감이 열릴까? 하고는 가을에 다시 와야겠다고 사진만 찍고 돌아섰다. 늦가을 주말아침, 불현듯이 생각이 났다. 감나무 유래나 알까하고 법당에 갔다가 소식을 듣게 됐다.

자연석 석축 안에 서있는 감나무는 그루터기 부분은 바나나껍질을 벗겨 알맹이를 먹다 말고 심어 놓은 듯 세 갈래로 벌어져 있다. 속은 비어 있고 껍질만 있다. 나무 속 빈자리에 지름10cm정도 되는 팽나무가 자라고 있다. 나무는 주 줄기가 잘려 몽둥이처럼 되었고 맹아들이 빗자루처럼 잔가지를 내 자라고 있다.

위쪽 주 줄기는 춤을 추면서 하늘로 오르고 싶은 듯하다. 가지 끝에는 단풍든 잎과 납작한 작은 감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과실은 아주 잘다.

나무를 자른다는 말을 듣고 주지스님을 만났다. “감나무는 1980년에 절이 들어서기 전부터 있던 나무로 100년 이상은 됐다. 감나무 사이에 난 팽나무가 움이 자라 매번 잘라냈는데 올 가을에도 벨까한다”고 말했다. 잘릴 나무가 팽나무임을 알게 됐다. 스님은 차후에 주차장 가운데 있는 감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서 넓은 공간에서 살 수 있게 해 줄 계획이라고도 설명했다. 나무도 살리고 주차장도 넓게 사용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이 감나무는 오래된 먹거리 유전자를 갖고 있는 생명자원이다. 영양공급을 충분히 해서 크고 굵은 열매를 달 수 있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건강해진 감나무가 보덕사를 상징하는 대표 나무가 되었으면 한다.

감나무는 동아시아 온대 특산종으로 일찍부터 재배해왔으며, 목재, 염료, 차 등으로 이용하고 있다. 단감은 일본 특유의 품종을 받아들여 재배하고 있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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