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경상상화 ‘군중낙원’ 장치, 분채, 먹, 백금분, 혼합재료, 100X100cm, 2023

다양한 매체의 활용으로 유연하게 장르를 넘나들면서, 미술의 범위는 더욱 확장되고 장르를 구분 짓고자 하는 노력은 극히 드문 일이 되었다. 크고 작게 변화하면서 대하는 다양한 작품들 중 어떤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충격을 주기도 하고, 또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읽기 힘든 작품들이 마냥 피곤하다.

미술전공자들이라고 다 이해하거나 작품관람이 항상 즐거운 일은 아니다. 보기 편한 작품이나, 보면 편해지는 작품들이 때로는 그립기도 하다. 미디어 매체나 설치, 컴퓨터 사운드 작업 그런 것 말고. 열심히 화가의 손을 움직여 붓질을 한 흔적이 그득한 그런 작품. 일상의 업무에 지칠 때, 자연으로 돌아가 힐링을 하는 것과 비슷한 마음인 것 같다.

산, 바다, 호수…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그런 자연에서 현대인들은 마음을 위로받고, 에너지를 충전한다.

김언영 작가가 작품에 담는 것도 그런 것이다. 자연에서 받은 위로, 그것은 긍정적으로 담길 수 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작가의 작품들을 SNS 등을 통해 봤을 때, 아주 세련된 작업, 다르게 말하면 장식성이 매우 강한 전통 한국화의 느낌이 강했다. 이번 전시가 이전 작품들과 다른 점은 재료나 기법의 기술적 표현에 치중하지 않고, 순수하게 심상 표현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작가는 기술에 종속되어 내용을 놓치기 쉬웠던 이유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전히 장식성은 띄고 있지만, 더 이전의 돼지 시리즈를 그릴 때 느꼈던 투박함이 녹아 있어, 모던함 대신 따스함이 크게 느껴진다.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진경상상화 ‘군중낙원’은 선암호수공원의 풍경에 심상을 더한 작품이다. ‘진경’이란 단어는 겸재의 ‘금강산전도’에서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하다. 실제의 풍경을 대상으로 한 관념적 산수를 ‘진경산수화’ 라고 하니, 어떤 의미에서 ‘진경상상화’라는 타이틀을 붙였는지 짐작이 간다. 이번 작품들의 다수가 형상들이 어떤 틀 안에 갇혀있다. 마음의 형상을 그린다면 그것은 마음을 채울 수도 비울 수도 있는 유연함을 가진 곡선이며, 달 항아리를 떠올렸다고 한다.

김언영의 개인전 ‘형상을 닮은 마음’ 은 총 18점의 작품이 전시되며, 오는 27일까지 아트스페이스 그루(울산시 중구 중앙길 158 2층)에서 진행된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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