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최근 수일간 따뜻한 남풍계열의 바람이 한반도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으면서 때아닌 겨울더위가 나타났다. 특히 낮 최고기온이 20℃를 웃돈 제주도는 12월임이 무색할만큼 완연한 봄날씨였다. 제주시는 23.1℃, 서귀포시는 22.4℃까지 치솟으며 100년 넘게 기상관측을 해온 제주도의 관측사상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따뜻한 봄바람을 몰고 온 장본인은 ‘엘니뇨’. 엘니뇨는 2~5년 주기로 열대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상시보다 0.5℃가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말한다. 엘리뇨로 인해 우리나라 남동쪽과 일본 동쪽지역으로는 고기압성 순환이 강해져 남풍계열의 따뜻한 바람이 불어들어 온 것이다. 특히 올해는 일반적인 엘니뇨보다 강도가 강한 ‘슈퍼엘니뇨’ 해로 지목되고 있어 역대 가장 뜨거운 겨울로 기록될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 불과 하루 만에 다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고,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며 하늘 표정이 달라졌다. 특히 강원지역에는 12월에 이례적으로 기록적인 폭우와 폭설이 동시에 쏟아졌다. 산간 지역에는 70㎝ 넘는 많은 눈이 내려 쌓였고, 동해안은 장마철처럼 200㎜가 넘는 강우량을 기록했다. 14일과 15일은 다시 전국으로 세찬 비가 지난 뒤, 북극에서 확장한 찬공기가 한반도를 장악하며 다시 기록적인 겨울 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4계절이 무색한 요즘이다.

지구온난화로 전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주는 시스템의 이상기류가 형성됐다. 특히 겨울철 기후를 지배하는 중요한 인자로 ‘북극진동’을 꼽을 수 있다. 북극진동은 북극 주변을 돌고 있는 강한 소용돌이가 수십 일에서 수십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둥근 구형으로 된 지구는 태양으로 부터 불균등하게 태양복사 에너지를 받는다.

태양의 복사에너지를 직접적으로 받는 저위도는 뜨겁고, 상대적으로 태양 복사에너지를 비스듬하게 받는 고위도는 차갑다. 이런 저위도와 고위도의 온도차이가 북극 주변에 강한 바람을 만드는데 이것이 ‘제트기류’이다. 북극진동이 양일 경우 제트기류의 흐름이 동서로 빠르게 흐르면 북극의 찬공기가 제트기류에 갇혀 새어나오지 못하고, 중위도 권으로 새어나오지 못해 우리나라는 비교적 따뜻한 겨울을 보낸다. 하지만 제트기류의 흐름이 약해져 남북간의 진동이 강해진 경우 북극의 찬공기가 중위도에 요동친다. 이때 강력한 북극발 한파가 찾아오는데 음의 북극진동 상태가 그렇다.

올해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따뜻한 겨울날씨가 이어지더라도 이번처럼 북극진동의 음으로 요동칠 경우 북극발 한파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극심한 한파가 나타날 것이다. 냉탕과 온탕, 중간 없는 올 겨울 날씨도 쉽지만은 않겠다. 이번 세기 안에 지구온난화 1.5℃ 상승을 막아야하는 진짜 이유이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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