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어 나라와 개인의 무궁한 발전을 희구하다 보니 자연히 무궁화가 생각난다. 무궁화는 애국가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이 있듯이 우리나라의 국화(國花)이며, 나라를 상징하는 국장(國章)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도시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도시숲, 도시농업 등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100대 명산, 백두대간 종주, 영남알프스 9봉 인증 등 젊은 산악인 중심의 산림정책에서 어린이, 노인, 여성을 위한 복지정책의 확대로 나아가는 당연하고 선구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국회에서는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약칭 도시숲법)을 제정하고, 산림청은 지난해 6월 ‘도시숲·생활숲·가로수 조성·관리 기준’을 제정·고시했다. 지자체에서는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 도시공원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숲에서 가장 각광받는 나무 중 하나는 단연 무궁화이다.
이번 겨울 들어 오랜만에 이례적으로 겨울비가 100㎜ 이상 많이 내렸다. 겨울비가 내린 다음에는 으레 그렇듯이 며칠간은 혹한이 몰아친다. 필자는 추위가 조금 가신 뒤 높은 산보다는 인근 숲, 공원, 야산을 돌아보곤 하는데, 통도사 주차장 옆에 족히 50~60년은 되었음직한 무궁화 10그루를 발견했다. 겨울이라 잎도 모두 떨어져 을씨년스럽고 볼품없는 상태가 되었지만 겨울비 덕택으로 겨울 야생식용버섯의 진수라 할 수 있는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목이버섯이 한꺼번에 돋아 있었다. 오래 되어 죽은 줄기와 가지 등에 특히 많이 발생한 것이었다. 그동안 10여 년 이상 버섯을 찾아다니면서도 겨울에 버섯이 이처럼 잘 자라난 나무는 본 적이 없었다.
산림청은 2014년부터 해마다 ‘아름다운 나라꽃 무궁화 명소’를 선정하고 있고 울산 태화강국가정원 무궁화동산은 2018년 우수상을 받았다. 여기에 도시숲이 더욱 활성화되면 우리나라는 머지않아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 될 것이다. 하지만 도시숲에 있는 무궁화가 그저 볼거리의 무궁화가 아니고 국민들 생활과 문화 속에 스며드는 무궁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혹자는 무궁화 꽃이 떨어질 때 추한 모습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무슨 꽃이든 질 때는 다같이 지저분한 모습일 뿐이다. 오히려 그것보다는 가지치기나 고사한 무궁화 폐목도 버섯 재배 등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 진정한 우리의 ‘무궁화동산’이 전국에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