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식재 디자인에도 조형의 원리가 적용된다. 색상, 형태, 질감을 장소에 맞게 적절히 운용하면 사계절 지루하지 않은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색상이 단연 시각적 효과가 크다. 하지만 꽃을 볼 수 있는 기간은 원하는 것처럼 길지 않다. 꽃이 지고 나서도 매력적인 공간을 유지하려면 줄기와 잎의 색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원에서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색이 끊임없이 다르게 인식된다. 시간의 역동성을 즐길 수 있는 이유다. 화가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빛이 가장 일정한 곳은 북향이다. 안타깝게도 북향에서 재배할 수 있는 식물은 제한적이다. 녹색 위주의 단색 식재는 지속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잎의 질감과 형태와 같은 요소에 대비와 조화의 원리를 적용하면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다.

비비추 속의 다양한 색상과 무늬 종의 둥글고 부드러운 형태와 대비되는 선형의 고사리류나 사초류를 함께 배치하면 흥미로운 조합이 된다. 여기에 수평과 수직으로 대조를 만들어 내고 서로 다른 형태 혹은 질감을 나란히 놓아 균형을 잡는다.

▲ 녹색의 다양한 색상과 질감의 조화.
▲ 녹색의 다양한 색상과 질감의 조화.

강한 햇빛은 만물에 노란빛을 띄게 하며 특히 밝은색에 초점을 맞추기 어렵게 한다. 다양한 식물을 섞어 심을 때의 이점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가벼운 그늘에 식물을 심고 휴식 공간을 만드는 것이 좋다. 해 질 무렵에는 보라색, 빨간색, 파란색은 보다 수수해지고 노란색이 진가를 드러낸다.

색채요법을 위한 정원을 디자인할 때는 토양 조건에 따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꽃 색깔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수국은 pH수치가 산성일 때 파란색, 알칼리성에서는 붉은색이 발현된다. 수국 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토양에 따라 꽃 색깔이 달라지는 식물들이 많이 있다.

붉은색은 초점 역할을 해서 관심을 끌어 가까이 다가와 보이며, 파란색 계통은 배경 속으로 들어가 보여 공간이 넓은 느낌을 준다. 색채의 묘미를 살려 작은 정원은 넓게, 큰 정원은 아늑하게 보이도록 디자인해 보자.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