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5월은 이런저런 행사가 많은 가족의 달이다. 그 가운데 처음 만나는 날이 어린이날이다. 요즘처럼 어린이가 귀한 시대가 또 언제 있었는가. 그만큼 귀한 우리 어린이를 잘 키워야 한다.

아이를 낳아 길러 본 부모라면 대부분 부모들은 아이가 말을 배울 때 쯤 왜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말이 늦을까 하고 애를 태워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학자들은 아이가 신체와 정신적으로 큰 이상이 없다면 말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깨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애들마다 말깨치의 속도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말이 좀 늦다고 지능이나 학습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말을 어떻게 배우느냐(언어습득)에 대한 연구는 일찍부터 있어 왔다. 20세기 들어서면서 사람은 후천적인 경험으로만 말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기 전부터 말을 깨치는 선천적인 언어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태어나서 언어 환경에 접해야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 언어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말을 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언어환경을 잘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말을 깨칠 때는 인지능력도 같이 발달한다. 그때는 아이들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신기하게만 보인다. 그래서 아이는 부모에게 시도 때도 없이 자꾸만 뭘 물어보는 것이다. 그럴 땐 부모는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그 물음들을 받아주어야 한다. 그것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가 자라는 몇 년 동안만이라도 참고 기다려 준다면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은 평생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뭘 묻는다고 짜증을 내거나 싫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러면 아이들은 말문을 닫게 되고 그에 따라 인지 능력과 말깨침 능력도 느려지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점점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성을 습득하게 된다. 그 시기에 부모가 아이들의 말문을 닫게 하거나 윽박지르고 화를 내면 아이의 사회성 발달을 부모가 막아버리는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결국 그런 아이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머물러 있게 되면서 커서도 이기적이고 폐쇄적인 삶을 살아가기 쉽다.

또 부모가 알아야 할 것은 아이는 신기하게도 부모의 모든 습관을 따라 하고 닮아간다는 것이다. 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부모의 말 습관 하나 하나가 그대로 아이에게 복사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자녀 앞에서 싸우거나 거친 말, 상스러운 말, 욕설과 같은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의 언어습득과 언어 예절은 대부분 부모로부터 배운다. 부모보다 더 좋은 선생은 없다는 말이다. 지금 자식을 다 키우고 지나 보니 지나간 일들이 모두 후회뿐이다. 좀 더 잘할 걸. 좀 더 참을 걸. ‘군군신신 부부자자(君君臣臣 父父子子)’란 공자의 가르침이 떠오른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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