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칭하며 부처님 오신 날, 어린이날, 스승의 날 등등 기념일, 축일도 많다. 또한 5월 10일은 농촌진흥청에서 버섯 홍보를 위해 정한 ‘버섯데이’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부처님 귀모양의 향긋한 버섯’을 소개해 본다.

부처님 귀 모양의 향긋한 버섯
썩은 나무줄기에서 커 나왔는데
따다가 솥에 넣고 끓이니
통통하고 부드럽기가 고기보다 낫네
미인의 빰 연상되는 서리 맞은 배
색깔 향기 그리고 맛 모두가 빼어나네(하략)

▲ 울산 태화동 뒷산에서 찍은 느타리버섯.
▲ 울산 태화동 뒷산에서 찍은 느타리버섯.

위 시는 계곡 장유(張維, 1587~1638)가 전북 무주 적상산에 갔을 때 비가 심하게 내려 꼼짝할 수 없이 사흘 동안 사찰에 머무르는 동안 음식을 만들어 준 스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쓴 ‘적상산의 승려에게 주다(贈赤裳山僧)’이다. 절에서 먹은 음식 중 부처님 귀처럼 크고 넓으며 향이 나고, 고기보다 맛도 좋으며 배의 과육처럼 흰 버섯을 묘사하고 있다. 이 내용은 바로 느타리버섯을 지칭한 것인데 송이버섯에 관한 글이나 독버섯을 먹고 중독된 기록은 여럿 있지만 느타리버섯을 섬세하고 멋지게 극찬한 시이다.

장유는 우의정까지 지낸 분으로 조선 중기 한문학의 4대가로 꼽히는 분이다. 그는 1623년 인조반정으로 봉교, 낭관을 거쳐 8월에 지제교 겸 교서관 교리를 지내면서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서 편찬 및 사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가 9월에 암행어사로 호남에 나가게 되는데 이때쯤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느타리버섯은 예전에 참버섯이라는 의미로 진용(眞茸)이라 불려 왕실에 바치는 공물로 많이 언급되었으며 현재 국내 생산량 1위를 차지하는 버섯이지만 실제 송이, 능이, 표고 등 다른 버섯에 비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때 큰 선비로 추앙받는 인물이 사찰 음식과 특히 느타리버섯을 극찬한 위의 시는 느타리버섯에 대한 옛글이 거의 없던 차에 이 버섯의 품격과 위상을 크게 올려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한국, 일본, 중국이 세계 버섯산업을 선도하고 있으며 버섯의 생산, 연구, 문화 전 분야에 걸쳐 선두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차제에 이 시는 매우 귀한 자료임에 틀림없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