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일본 교토에서 열린 사진축제 교토그라피 관람을 다녀왔다. 13곳의 메인 전시, 100곳 이상의 후원전, 각종 부대 행사 등 3박4일의 일정 대부분을 전시 관람에 쏟아부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아시아의 한 도시에 모여 사진예술을 즐기는 장면은 생경하게 다가왔다.

가장 인상적인 전시 중 하나는 1600년대에 지어진 니조성에서 열린 ‘seed stories’ 전시였다. 씨앗을 주제로 한 이 전시는 공간과 작품의 조화로움이 극에 달했다. 오래된 유적을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만큼 보존을 위해 내부 바닥에는 모두 덮개를 깔아두었고 관람객이 입장할 때는 신발을 벗어야 했다. 아주 작은 전구와 실제 씨앗을 담은 오브제가 설치된 곳에서는 불필요한 조명이 모두 차단되었고, 대나무종이에 출력된 작품이 돋보여야 하는 곳에서는 창호를 통해 들어오는 자연채광을 그대로 활용했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시각적 감각을 넘어 공감각적 유희까지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교토그라피 행사 전반에서 가장 놀라운 점 두 가지가 바로 공간의 활용과 자본의 규모였다. 일반 갤러리나 미술관 외에도 사찰, 고택, 복합문화공간, 정원, 상점가 아케이드 등 교토 도심 전체를 전시장 삼아 펼쳐진 사진 예술의 장은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작동되고 있었다. 안정적인 수준의 작품, 공감할 수 있는 기획과 더불어 공적 자금 및 기업 후원을 통한 큰 규모의 자본 투입은 완성도 높은 공간에서의 쾌적한 관람 환경을 제공했다. 한 사람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며 작품, 기획, 행정, 운영, 자본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야만 나올 수 있는 좋은 결과물일 것이다. 특히 고택이나 사찰과 같이 최우선 가치가 ‘보존’이어야 하는 공간들까지도 문화예술공간으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이러한 방식은 교토라는 도시가 가진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관람객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인 듯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울산에서도 그러한 예술 활동을 벌이고 싶다. 다만 울산의 실정과 특색에 맞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울산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발굴해야 하며, 그곳에서 예술 활동을 벌이기 위한 다방면의 협조와 지원을 구해야 할 것이다. 울산의 예술적 영역을 확장할 방안은 무엇일까? 울산 문화예술계를 오랫동안 지켜본 한 분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그 대답으로 책임 의식을 가진 공적 영역에서의 자금 투입과 함께 행정적 협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예술가 또한 함께 길을 만들기 위한 동조자를 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제 문화 예술은 의식주와 더불어 기본 생활 공공재로 작동되고 있다. 울산에서도 많은 예산을 들여 문화도시로의 발돋움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다. 더 큰 동력을 위해 도시와 공간, 예술과 생활의 경계를 허물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아야 할 때이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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