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민형 사회문화부 기자

6월은 보훈의 달이다. 보훈은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친 분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보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 자리 잡은 만큼 나라를 위해 스러져 간 이들의 정신을 기억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보훈 의식과 점점 멀어지는 듯하다. 6월6일 현충일에 여행을 계획하고, 엄숙한 보훈행사는 공휴일 오전 방송에서만 나오는 공식행사로 여겨진 지 오래다.

실제로 지난 6일 울산 중구와 남구 일원을 돌아본 결과, 공공기관을 제외하고는 태극기가 걸린 곳을 찾기 어려웠다. 현충일에는 태극기를 한 단 낮게 달아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은 곳도 있었다. 심지어 부산의 한 공동주택 창문으로는 욱일기(일본 전범기)가 내걸려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각 현충시설로도 이어진다. 울산의 대표적인 현충시설은 상당수가 도심 외곽이나 도심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구석에 위치해 있다. 도심이나 공원 내에 있더라도 기념비 앞에서 묵념을 하는 등 머물다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부 시설들은 주민들의 불법 주정차로 가려지거나 접근이 제한되는 곳도 있다. 현충, 보훈행사가 아니면 잊혀진 공간으로 전락한 것을 반증하는 듯 했다.

가장 아쉬운 것은 현충시설이 잊혀져 가면서 퇴색되는 보훈정신이다. 울산의 32개 현충시설은 대부분 조성된 지 오래돼 유지·관리에만 그치고 있다. 잔디를 깎거나 노후된 담장을 고치는 수준이다. 때문에 현충시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한눈에 찾기가 어렵다.

한 시설 관리자는 몇 년째 개인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누군가 찾더라도 행사와 시설, 역사적 의미를 결합한 체험 프로그램이 없다 보니 크지 않은 시설을 20분 전후로 둘러보고 발길을 돌린다고도 했다. 보훈단체의 방문이 아니면 미래 세대가 선조들의 호국보훈 정신을 기억해 줄지 장담할 수 없다며 씁쓸해 했다.

일각에서는 보훈 행사를 두고, 엄숙하고 틀에 박힌 형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울산시교육청 등을 중심으로 학생 대상 현충 시설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 확충이 필요하다고는 목소리도 있다. 교과서나 역사적 사실로만 보훈을 배우는 세대에게는 체험과 경험이 없이는 ‘애국’의 의미와 ‘헌신’ 정신을 일깨우기 쉽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울산 전역에 퍼져있는 현충시설을 성격별, 시기별로 분류해 체험 프로그램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 울산에서 나라를 지키고 가족과 이웃을 보호하기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은 분들을 위해 민·관이 서로 노력해 일상과 가까운 현충시설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강민형 사회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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