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범중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명예교수·'알고 보면 반할 꽃시' 저자

치자(梔子)나무는 술잔처럼 생긴 열매가 맺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꼭두서니과에 속하는 상록관목이며 담복(薝蔔)으로도 부른다.

중국 원산의 치자나무는 고려 왕조 이전에 한반도에 유입되었는데 추위에 약하여 남부지방에만 자생한다. 6~7월에 매우 짙은 향기의 하얀 꽃이 피고 열매는 노란 식용색소로 사용해 왔다.

치자꽃은 꽃잎이 여섯 장이어서 육출화(六出花)라고도 한다. 6은 여섯 각으로 이루어진 눈꽃이나 태음현정석(太陰玄精石)으로 불리는 여섯 모의 수정처럼 음기가 강한 숫자이므로, 치자꽃은 동양의 대표적 음화(陰花)로 알려져 왔다.

인도에서는 치자꽃의 짙은 향기를 승려들이 좋아하여 사원에 많이 심었으므로 담복 숲은 불교 사찰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송나라의 증단백(曾端伯)은 자기가 십우(十友)로 꼽은 열 가지 꽃 중에서 치자꽃을 선우(禪友)라고 품평하였다. 또 치자나무 잎은 줄녹색박각시의 유일한 먹이로 알려져 있다.

울주군 청량면 어느  농가의 치자꽃

열매는 예쁜 황금처럼 사랑스럽고
꽃은 향기로운 백옥인 양 어여쁘네.
또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잎이 있어서
푸릇푸릇하게 눈과 서리를 견디는구나.

子愛黃金嫩(자애황금눈) 花憐白玉香(화련백옥향)
又有歲寒葉(우유세한엽) 靑靑耐雪霜(청청내설상)

이 시는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1418~1456)이 안평대군의 정원인 비해당을 제재로 지은 ‘비해당 사십팔영(匪懈堂四十八詠)’중에서 치자꽃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다. 이 시에서는 개인의 정감 표현을 가능한 한 자제하면서 치자나무의 열매와 꽃, 잎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간단하게 표현하고 있다.

요즘은 치자나무도 개량을 거쳐 꽃 모양이 바뀌고 향기가 강화된 원예종이 많아서 관상용으로 나온 키 작은 꽃치자나 꽃잎이 겹친 겹꽃치자 등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지금 한창 피어 있는 치자꽃의 그윽한 향내를 마음껏 즐기면서 여름의 향기와 인생의 훈향을 만끽하기를 권하고 싶다. 올해 제대로 누리지 못하면 다시 한 해를 기다려야 할 테니까.

성범중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명예교수·<알고 보면 반할 꽃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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