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스트, 과기원 중 지역색 가장 약해
발전기금도 부족 정체성·재원 위기
생존위해 총장 직접선거 고민해야할때

▲ 김대식 울산과학기술원 특훈교수 서울대 명예교수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카이스트,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함께 4대 과학기술원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4대 과기원은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 것인가? 인도의 MIT라 불리며 미 실리콘 밸리와 월가의 주축을 이루는 인도 공과대학교(Indian Instititute of Technology; IIT)와 비교해 보자.

인도 독립 직후, 과학 발전을 위해 설립된 최고 명문 국립 공과대학이 IIT다. 나리니 란잔 사카(Nalini Ranjan Sarkar)가 제안했고 자와할랄 네루 초대수상이 설립을 주도해 인도 공과대학교 카라그푸르(IIT Kharagpur), 봄베이(Bombay; Mumbai) 등이 1950년대에 처음으로 설립됐으며 7개의 캠퍼스로 시작했다. 지금은 모디 수상이 숫자를 크게 늘여서 23개 캠퍼스가 있다.

IIT는 캠퍼스들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모두 IIT라는 이름을 공유하고 있다. IIT 봄베이(뭄바이), IIT 칸푸어, IIT 델리, IIT구와하티 등으로 불린다.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시스템도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U.C.Berkeley), 로스 엔젤레스 캠퍼스 (UCLA)등 9개의 캠퍼스가 이름을 공유한다. 처음부터 계획을 가지고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4대 과기원은 조금 다르다. 카이스트 서울/대전으로 시작되면서 다른 카이스트 캠퍼스를 만들자는 계획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일종의 ‘분원’의 개념으로 시작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이름 자체가 카이스트 대전, 카이스트 광주, 카이스트 울산, 카이스트 대구경북이 아니다. 물론 이름이 얼마나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큰 대학들보다 확실히 더 우수하며 커다란 규모의 이공계 중심대학을 만들려면 같은 이름안에 묶이는 것도 분명히 중요하다.

대학의 발전기금만 보더라도 카이스트와 다른 캠퍼스들은 비교조차 불가능하다. 교원의 이직은 카이스트로의 일방통행이다. 물론 카이스트를 제외한 다른 과학기술원들도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으며 카이스트와는 또다른 애교심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래서 애교심 때문에서라도 이름의 통폐합에는 반대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슈가 서로 다르다. 애교심의 문제가 아니라 혼자 사느냐 같이 사느냐의 문제다. 한때 4대 과기원의 통폐합 얘기도 있었던 것 같지만 많이 시들해졌다. 굳이 카이스트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유니스트를 써도 된다(UNIST= United National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유니스트 광주, 유니스트 대구경북, 유니스트 대전, 유니스트 울산으로 이름을 바꿀 수도 있다. 하이스트도 좋다(Hankook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울산지역으로 돌아오면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카이스트 외 다른 3개 과기원 중에서 유니스트가 지역색이 가장 약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산업도시 울산에 위치하고 기계나 에너지 화공이 강한 학교로서의 산업적 지역색은 강하지만, 지역에서 밀어주는 추세가 예전같지 못하다. 10여년간 2000억원을 지원받았던 꿈같은 이야기는 잊더라도 대구경북이나 광주와 같은 강한 지역색이나 국회의원이 많지 않다. 이는 쉽게 정체성의 위기 및 재원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니스트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그리 넓지만은 않다. 4대 과기원 안에서도 그렇고 전국적, 국제적으로 봐도 그렇다. 최근의 QS, THE 랭킹의 저하로만 봐도 알 수 있다. 길게 봐서는 과학기술정통부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며 중간 단계로 보자면 역시 총장이 제대로 선출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가지 길이 있다. 우선 초대 총장같은 경험있고 명망있는 분을 모시는 것이다. 그게 쉽지 않다면 조만간 유니스트 안에서 젊은, 예를 들자면 50세 중반의 총장이 나와야 한다. 젊은 총장은 임기를 마치고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다음 커리어뿐 아니라 소속기관의 발전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유니스트도 이제는 법제에 상관없이 임의의 외부 내부 인사를 대상으로 모의 총장 직접선거를 시작할 때이다.

김대식 울산과학기술원 특훈교수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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