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 바다 한가운데 중침 세침 빠지거다

여남은 사공놈이 끝 무딘 상앗대를 끝끝이 둘러메어 일시에 소리치고 귀 꿰어 냈단 말이 있소이다.

님아 님아 온 놈이 온 말을 하여도 님이 짐작하소서. -<청구영언>

엉터리 소문에 현혹되지 마소서

▲ 한분옥 시조시인
▲ 한분옥 시조시인

정인(情人)에겐 그대가 님이요, 부부지간에는 서로가 서로의 님이며, 백성에겐 군주가 님이시면 또한 군주에겐 백성이 님이시다. 한 평생 서로에게 신의를 담보로 하는 결혼에서 또는 언약으로 이루어지는 연인들의 미래가 허무맹랑한 말, 모함하는 말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말이 난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진위(眞僞)를 분간하기 어려운 말이 둥둥 떠다니다가 쥐꼬리만 한, 말 한 마디가 범이 되어 화살이 되어 하루아침에 발 없이도 천리를 가는 세상을 살고 있다. ‘하더라’ 하는 그 말 한마디를 군중이 공유하면 세상이 발칵 뒤집히기도 하고 군주가 끌려 나오기도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말은 갈수록 보태고 떡은 이손 저손 도는 동안 떼어낸다. 임이시든 군주이시든 떠도는 말에 현혹되시지 말고 현명한 판단으로 처신해야만 할 일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임이 있고 그렇지 못한 군주가 있으니 하! 답답하여 읊은 사설시조이다. 이 시대 많은 이들이 새겨 읽어야 할 시조이다.

넓고 큰 바다 한가운데 중치 세치 바늘이 빠졌다고 했겠다. 가당치 않은 터무니없는 헛소리다. 열이 넘는 사공들이 바다에 빠진 바늘을 배 젓는 상앗대로 바늘귀를 꿰어 건져댔다는 말, 또한 말이냐는 말씀이다. 이러한 세상이니 ‘님이시여! 만 사람이 만 가지 말을 하더라도 님이 짐작 하소서!’

거짓 소문에 대한 자신의 결백함을 우회적으로 돌려 주장하는 이 사설시조가 과히 절창이 아니라면? 이름도 올리지 않은 무명의 시인이시여!

한본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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